자영업자 ‘부실’ 주담대 1.5조원…2022년 이후 15배 늘어
주담대로 사업자금 마련한 자영업자…주담대 잔액만 50조원↑
부동산 임의경매도 급증…자영업發 부동산 위기 우려
여타 자영업 부실 대출도 20조원 육박…“보호책 시급”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부실화되는 주택담보대출 차주 대다수가 사업 유지 목적으로 돈을 빌렸던 자영업자들이라고 보면 된다”(시중은행 관계자 A씨)
코로나19 확산 이후 막대한 부채를 지닌 자영업 부실 현상이 경제 전반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받은 주담대 잔액이 일반 차주들에 비해 2배가량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융통한 결과다.
문제는 고금리에 이은 소비 둔화 현상이 지속되며, 이자도 채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주담대에서도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이자도 채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들이 보유한 주담대 규모만 해도 이미 1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자영업 주담대, 3년 새 15배 늘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영업자 채무 불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채무 불이행자들이 보유한 주담대는 올 7월 말 기준 1조5401억원으로 지난 2021년 말(1004억원)과 비교해 1조4397억원(1434%)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3년 반 동안 15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이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급증한 데서 기인한다. 올 7월 말 기준 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채무 불이행자 수는 8만7906명으로 지난해 말(4만5675명)과 비교해 4만2231명 늘어났다. 2021년 말 기준 7324명에 불과했던 자영업 채무 불이행자 수는 2022년 말 1만5568명으로 불어난 후 매년 두 배 이상 규모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들의 주담대 채무는 일반 차주들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자영업자들이 보유한 주담대 규모는 올 7월 말 기준 150조3091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19년 말(101조9602억원)과 비교해 47.4%(48조3489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차주의 주담대 규모는 692조원에서 794조원으로 14.6%(101조원) 증가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자금 수요가 늘어난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주담대에 몰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며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도와 무관하게 자금 확보가 쉽고 금리가 낮은 주담대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업을 영위하려는 자영업자들이 자금 확보의 마지막 수단 중 하나로 주담대를 이용한 것”이라며 “지점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경우 이같은 현상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가계대출이 더 엄격해진 데다, 주담대 한도 또한 한계에 다다른 경우가 많아지며 다소 추세가 꺾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올해의 경우 되레 일반 차주들의 주담대 상승액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CB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자영업 주담대 증가율은 2.94%(4조2968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체 차주의 주담대 증가율은 4.66%(35조3956억원)로 두 배가량 높았다. 50조원가량 불어난 자영업 주담대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이 아닌, 사업 영위를 위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자영업 ‘부실 폭탄’, 경제 전반 흔든다
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부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담대의 경우 채권이 부실 상태에 접어들 경우, 금융사가 공·경매 등을 통해 자금 회수를 진행한다. 이에 신용대출 등에 비해 대출금 회수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하지만 자영업 부실에 의한 매물이 대거 경매로 나올 시, 부동산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는 이미 이같은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부동산(건물·토지·집합건물)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만3831건으로 한 달 새 25.9%가량 늘었다. 1년 전(9328건)과 비교하면 48.3% 늘었다.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주담대를 제외한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 사정도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전체 채무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8조1980억원으로 한 달 전인 6월 말(17조2647억원)과 비교해 9333억원(5.4%)가량 늘었다. 이같은 부실 채무액은 올 상반기에만 10조3792억원에서 17조2647억원으로 6조8855억원(66.3%) 불어난 바 있다.
근원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는 경기 회복도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가 미뤄지며 소비 회복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불어난 빚에 따른 이자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7월 ‘소상공인체감경기지수’는 54.5로 전년 동기(57.3)과 비교해 2.8포인트 줄며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해당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체감경기가 부진하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인영 의원은 “정부가 국정과제 1번 정책 대상으로 자영업자를 지정했으나, 정부 관리 대상인 가계부채 통계 내에서는 이들 자영업자들의 주담대 현황 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빚이 부동산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다각적인 서민경제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