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출입기자 간담회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확대적용...자영업자에겐 주휴수당 재검토”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이하 임금 지급 한국 현실상 쉽지 않아”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문수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1989년 이후 35년간 변화가 없었던 이 제도를 이제는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김 장관은 주휴수당과 같은 노동시간 관련 규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휴수당 제도에 대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휴수당을 운영하는 나라”라며 노사정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휴수당은 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휴게시간 제외)일 때 받을 수 있는 수당이다. 아르바이트 같은 단시간 근로자면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다. 1일 소정근로시간에 시급을 곱한 값이 주휴수당으로 책정된다.
이 제도를 폐지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연차휴가, 공휴일 휴식 보장, 부당해고 및 괴롭힘 금지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김 장관은 “작은 사업장일수록 지불 능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고려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1989년 이후 지난 35년동안 한걸음도 못가던 걸 그래도 반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출산과 육아 등 사회적 보호가 중요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의 보호가 빠르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며 “출산, 육아와 관련된 사항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 김 장관은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사건을 언급하며, 임금 차등 적용 요구에 대해 “고용부가 검토한 결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월 238만원의 임금을 제공하는 우리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싱가포르를 사례로 들며 “싱가포르와 한국은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 불법 체류자를 통제하기 쉽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가 싱가포르처럼 싸게 도입하면 유지가 되겠느냐”며 “사라진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임금이나 조건 좋은 데로 옮겼다고 본다. (이주 노동자 등의) 커뮤니티도 잘 발달해 있어서 우리 사회에선 (불법체류자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범사업 파트너인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이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선 “시장님은 수요자들 말씀을 많이 듣고, 나는 국제노동 기준이나 근로기준법 이런 것을 봐서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며 만나서 대화할 의사를 밝혔다.
노동약자보호법에 대한 윤곽도 공개됐다. 김 장관은 노동약자보호법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 법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처벌이 아닌 지원에 중점을 둔 법안”이라며 “이 법은 주택, 신용, 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으로 설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입법이나 예산 확보 과정에서 국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묻자 김 장관은 “여야 대치 국면에서도 야당이 합의해서 최근에 모성보호 3법,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나 취임 후 대정부 질문 등에서 역사의식 등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폐기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시행됐다면) 노동자들의 엄청난 피해를 봤을 것이다”며 “서로 대화를 하고 조사를 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그는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개혁 필요성에 대해 “퇴직연금은 연금개혁의 핵심 요소이며, 2050년이 되면 퇴직연금 자산이 국민연금보다 커질 것”이라며 퇴직연금의 기금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