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 단기등급 A1 취득
금융권 대출 위주 차입 전략, 시장성 조달 나설지 관심
MBK 측 수익성 저하 따른 연말 순부채 전환 ‘촉각’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이 22년 만에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단기신용등급을 평정 받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금융기관 여신을 활용해 오던 기조에 그치지 않고 시장성 조달로 선택지를 넓힐지 주목된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던 고려아연이 외부 자금 마련 창구를 열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의견도 재차 조명된다. MBK는 고려아연이 올 연말 순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커버리지 파트에서 고려아연의 자금 조달 수요를 살피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단기신용등급 A1을 취득했다. 고려아연이 신평사에서 단기신용등급을 평정 받은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기조가 아니었던 만큼 사업에 필요한 기업신용등급(ICR)을 보유하는 정도였다.
고려아연의 6월 말 연결기준 장단기차입금 1조3168억원은 주로 은행에서 받은 대출로 이뤄져 있다. 물론 22년 만에 취득한 단기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기업어음(CP) 발행 가능성을 열어 뒀으나 당장 조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최대주주인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교체를 꾀하고 있어 지배구조 변동성이 부담 요소다.
차입 전략에 변화를 줄 경우 시장에 재무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시그널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K 측에서도 고려아연의 재무건선성 저하를 지적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업계 글로벌 1위 사업 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과거 대비 위축된 상황이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2019년 연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16%였으나 지난해 10%까지 내려왔다.
MBK는 최 회장이 수소·이차전지 등 신사업에 투자를 확장하고 불필요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재무건정성도 저하됐다고 보고 있다. 아직 무차입 경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으나 현금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연결기준 2조297억원을 나타냈던 순현금 규모는 올 6월 말 7170억원으로 65% 가까이 감소했다.
여전히 사실상 무차입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영업현금창출 규모와 비교해 지출이 증가하는 상태다. 최 회장 취임 첫해 금융비용 대비 EBITDA 규모가 772배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 25배로 줄어든 상태다. 그만큼 EBITDA 증가 규모에 비해 차입금이 빠르게 증가했다.
MBK는 고려아연이 발표한 투자, 자기주식 매입 등을 감안하면 올 연말 순부채 상태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한 상태다. 물론 고려아연은 순현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MBK는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 측과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33.1%에 대한 권리를 가진 상태다. 여기에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7%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3일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후 4영업일 만인 23일 고려아연 주가는 처음으로 하락했다. 24일에도 전일 대비 소폭 낮아진 71만원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아직 공개매수가 66만원은 웃돌고 있다. 내달 4일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가운데 MBK가 고려아연 일반 주주를 설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