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지상전 돌입을 시사했다. 레바논도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도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지상전 돌입을 시사하는 등 양측의 충돌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며 전면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헤즈볼라는 텔레그램으로 성명을 내고 “레바논과 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오전 6시 30분 텔아비브 외곽에 있는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본부를 겨냥해 카데르-1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텔아비브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처음이며, 탄도미사일 발사 역시 처음이다.
헤즈볼라는 모사드 본부에 대해 “이곳은 (헤즈볼라) 지도자 암살,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지난 17∼18일 레바논 전역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삐삐와 무전기 수천대가 동시다발로 터지며 37명 이상이 숨진 일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리고 주민들에게 방공호 대피를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건너온 지대지 미사일 1기가 탐지돼 방공시스템으로 격추했다”며 발사 원점을 파악해 대응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을 요격하는 ‘다비즈 슬링(다윗의 돌팔매)’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인명피해는 신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북부에도 발사체 수십기가 날아왔으며 이 중 상당수가 격추됐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을 노려 대규모 공습을 가하는 북쪽의 화살 작전을 사흘째 강도높게 이어갔다.
이스라엘군 내부에서는 레바논 지상작전 돌입을 시사한 발언도 나왔다.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오리 고딘 북부사령관과 함께 사령부 산하 7기갑여단을 방문해 레바논 공습을 가리켜 “이는 여러분이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헤즈볼라를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대규모 전초기지를 갖춰놓은 마을에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고딘 사령관도 “우리는 전쟁의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별도 성명에서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 지역의 작전 활동을 위해 2개 예비군 여단을 소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와 베카밸리 지역을 광범위하게 폭격해 헤즈볼라 대원들과 무기 저장고, 로켓 발사대 등 총 280여개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헤즈볼라 정보조직 시설 60곳을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모사드 본부에 대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국영 NNA 통신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케세르완 산악 지역의 마이스라 마을에 로켓 2발이 떨어져 1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무슬림이 다수인 마이스라는 헤즈볼라의 거점 중 하나로,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충돌에서 이곳이 폭격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하루 51명이 사망하고 22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북쪽의 화살' 작전을 개시한 23일부터 사흘간 모두 615명이 숨지고 2천명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저녁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 했지만 이를 미루고 오후 8시에 안보내각 회의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