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의료계 들어오면 새로운 장·차관과 대화를”
오세훈 “사태 해결에 도움”…김재섭 “차관이 뇌관”
“의료개혁 힘 빼는 것” “잘못된 주장” 지적도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여권에서 의료개혁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박민수 제2차관 등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의정갈등 장기화와 추석 연휴 의료대란 우려를 부른 의료 공백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복지부 장·차관 경질은 야당과 일부 의사단체가 내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전제조건 중 하나로, 협의체 참여에 소극적인 의료계를 논의 테이블로 끌어낼 전략적 카드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종 대안은 아니더라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대안은 제시하고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오면, 그때는 예를 들면 지금의 장·차관은 어느 정도 신뢰가 깨져 있으니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장·차관이 와서 우리 새로운 대화를 하자(고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수시 모집을 시작한 2025년을 포함해 의대정원 증원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를 결단한다면 책임자 경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정책라인의 한 의원도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선제적으로 경질을 한다고 해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경질을) 하더라도 물밑에서 협상을 하고,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온 이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전날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의료계를) 참여시키려면 융통성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관님 정도는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가장 뇌관이 되는 분이 박민수 차관”이라며 경질을 주장했다.
여권에서 복지부 장·차관 경질론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인이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경증”이라는 박 차관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문제가 된 직후였던 지난 5일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김종혁 최고위원)”, “책임부처의 장들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나경원 의원)” 등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경질 요구는 정부의 개혁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단발성으로 끝났지만, 며칠 사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의정갈등 탈출구로 급부상하며 여권 내 경질론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다만 경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이 경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지속적인 여권의 경질 요구가 당정 갈등처럼 비춰질 수 있고, 경질이 실무 혼선 등으로 이어져 의료개혁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의료개혁의 주역을 바꾸자는 요구는 (개혁의) 힘을 빼는 것”이라며 “책임지지 않을, 인사권자도 아닌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의료계 현장의 혼란 내지는 어려운 점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문책 또는 교체 한다면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상당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