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1. 지난해 2월 전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자신을 강간으로 고소한 송모(당시 16)양을 박모(32)씨가 살해하고 자신도 숨을 끊었다. 박 씨는 송 양이 감금, 폭행으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자 입원 치료를 받던 송 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2. 지난해 2월 전주에서 택시기사 김모(45)씨는 자신의 도박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동료 택시기사 서모(48)씨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최근 안산 인질범의 경우 남편의 상습폭행에도 아내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렸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보복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이미 범죄로 일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행법에 보복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이 명문화돼 있지만, 적용 범죄가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복 무서워 신고 못해요”…보복범죄 5건 중 1건만 보호 받아

19일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2012~2013년 보복범죄 363건 중 처음 범죄(원범죄)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하 특신법)에 해당되는 경우는 전체의 2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7.4%는 폭행, 상해 등으로 특신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특신법은 범죄의 피해자나 그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의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보호조치로는 조서 상에 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 및 공개 금지, 범죄신고자 등의 성명ㆍ연령ㆍ주소ㆍ직업 등을 기록한 신원관리카드 열람 불허, 일정기간 동안의 특정시설에서의 보호ㆍ신변 경호, 참고인 또는 증인으로 출석 귀가 시 동행, 대상자의 주거에 대한 주기적 순찰 등이다.

특신법에 의한 보호의 대상되는 범죄는 강력범죄, 인신매매범죄, 성폭력범죄, 마약 및 조직범죄, 전쟁범죄와 특가법상의 보복범죄 등 주로 강력범죄위주의 ‘특정범죄’에 한정돼 있지만, 실제 재판 결과를 보면, 보복범죄의 위험이 전형적인 강력범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범죄 피해자는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점이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복범죄의 원인 및 분석을 통한 피해자 신변보호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보복범죄 피해자 3명중 2명(222명, 61.2%)은 향후 보복에 대해 두려워하고, 가해자를 또 만나게 될까봐 공포스럽다는 응답이 이 중 138명이나 됐다. 신체적 위해가 또 있을까 두렵다거나(99명, 45%), 가족 해꼬지 두려움(22명, 10%) 등도 높게 나타나 범죄 피해자들이 사법당국으로부터 보호받고자하는 요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복의 우려가 있고 피해자들은 보복의 두려움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경미해 ‘특정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보호조치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보복범죄의 위험이 전형적인 강력범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신법 적용대상 범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특신법 개정안은 ‘특정범죄’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해 범죄신고자 등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국가 자원이나 예산이 한정돼 있지만 국민을 보복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특신법의 적용을 받는 범죄가 늘 때마다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법을 신속하고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위임해 정부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표)보복범죄의 원사건 죄명

보복범죄의 원사건 죄명 (단위 : 명, %)

원사건의 처분죄명 빈도

특신법 해당 죄명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56(15.4)

성폭력범죄자의처리등에관한특례법 14(3.9)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3(0.8)

형법상강간과강제추행 9(2.5)

계 82(22.6)

특신법 비해당 죄명 폭행 59(16.3)

상해 68(18.7)

협박 11(3.0)

공갈 6(1.7)

강요 3(0.8)

모욕 4(1.1)

감금 1(0.3)

성매매알선및강요 1(0.3)

업무방해 54(14.9)

재물손괴 14(3.9)

공무집행방해 3(0.8)

기타 57(16.0)

계 281(77.4)

*2012~2013년 보복범죄 363건

<자료 : 대검,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