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TOP10 2024년 반기보고서 분석

현금 보유액 237.6조…전년比 1.1% ↓

영업익 합산 51.3조…전년比 146.59% ↑

투자·주주환원에 현금 활용…車·금융株 대표적

반도체株, 호실적에 현금 보유액 ↑

10대 상장사 엇갈린 현금 곳간 사정…반도체 ‘실탄 장전’ vs 車·金 ‘투자·주주환원’ [투자360]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본선에 출전한 김예지가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성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현금 곳간이 1년 전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탓에 수중에 있던 현금이 감소한 곳도 있었지만, 자동차·금융 대표주를 중심으로 그동안 쌓아뒀던 현금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등에 적극 투입하는 것은 물론, 주주환원 강화 재원으로 활용한 것이 현금 보유량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또 한편, ‘슈퍼 사이클’을 맞이한 것으로 평가받는 반도체 섹터 대표주들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모습도 보였다.

20일 헤럴드경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된 각사 2024년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셀트리온·기아·KB금융·신한지주·포스코홀딩스)의 6월말 현재 연결기준 현금 보유액과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했다.

이 결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현금 보유액은 총 237조6335억원으로 집계, 1년 전(240조3004억원)에 비해 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보유액은 반기보고서 상에 나타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의 합산치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실적 부진 탓에 영업이익 등이 감소하게 되면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영업이익은 51조3203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8122억원) 대비 무려 146.59%나 늘었다.

10대 상장사 엇갈린 현금 곳간 사정…반도체 ‘실탄 장전’ vs 車·金 ‘투자·주주환원’ [투자360]

투자·주주환원에 곳간 門 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실적에 자신감이 붙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불거진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수년간 채워뒀던 현금 곳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풀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년간 현금 보유액 감소액이 3조6183억원(-12.46%)으로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컸던 현대차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만 R&D와 설비 투자 등에 6조8951억원을 투입했다. 작년(4조4580억원) 대비 54.57%나 늘어간 것이다.

2개 금융사(KB금융·신한지주)를 제외한 시총 상위 8개사의 R&D 비용 합산액을 봐도 올 상반기엔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 엿보인다. R&D 비용이 1년 전 19조619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2조6371억원으로 15.38% 늘면서다. 8개사(社) 중 R&D 투자액이 뒷걸음질 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현대차 등 자동차주를 비롯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밸류업’에 동참한 KB금융(-1.76%), 신한지주(-6.91%) 등의 종목들 역시 현금 보유액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총 발행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해마다 1%씩(213만6681주) 3년에 걸쳐 소각 계획을 밝혔고, 1분기에는 자사주 211만5315주를 소각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실적 발표, 수주 공개, 라이선스 규모 확인 등 이벤트와는 다르다. 사전 기대감의 강도가 높았든 낮았든 기업 스스로 매수 주체로 등장해 단기 수급 팽창을 만들어낸다”면서 “오는 28일 발표되는 현대차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지주는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5억900만주인 총 주식 수도 2027년 말까지 4억5000만주까지 줄일 예정이다. KB금융은 올해만 총 72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예정이다.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분기당 3000억원 규모의 ‘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에 따라 2분기 주당 배당금은 전분기(781원)보다 증가한 791원으로 결정했다.

三電, 100조 실탄 장전 완료…“SK하닉, 3년 뒤”

실적에 의해 ‘실탄’을 추가 공급할 수 있었는지, 어쩔 수 없이 비울 수밖에 없었는지 극명히 갈린 섹터는 반도체와 2차전지다.

올해 상반기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영업이익 급등세는 사실상 국내 양대 반도체주(株)가 이끌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삼성전자는 전년(1조3087억원) 대비 무려 1202.81%가 늘어난 17조499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8조35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조2844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 종목의 영업이익 증가액은 각각 15조7412억원, 14조6390억원에 이른다.

호실적 덕분에 현금이 흘러 들어오면서 두 종목의 주머니도 눈에 띄게 두둑해졌다. 삼성전자는 전년(97조999억원) 대비 3.78% 늘어난 100조7658억원으로 ‘100조 실탄’ 장전에 성공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년 새 37.63% 줄어든 49조8444억원인 반면, 단기금융상품의 규모가 무려 196.40% 늘어난 50조9214억원에 이르렀단 점에도 주목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황 반등에 힘입어 현금흐름이 개선된 삼성전자로선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비중을 확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초격차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 동력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증권가에선 나온다.

막대한 금액을 재투자해야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현금 축적이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SK하이닉스도 최근 1년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31.34% 늘어난 7조9338억원까지 불렸단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보유 현금이 매년 두 배씩 불어나 3년 뒤인 2027년엔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1위 업체의 투자 부담은 후발 주자에 비해 대폭 줄어드는 구조”라며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독점 공급에 이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분야에서 유일하게 60TB(테라바이트)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근거”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섹터와 달리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에 시름이 깊어진 2차전지 대표주들의 경우 현금 곳간이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홀딩스의 현금 보유액은 올 상반기말 기준 1년 사이 각각 20.36%(9893억원), 11.14%(1조5429억원)씩 줄었다. 두 종목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67.75%(1조938억→3527억원), 34.27%(2조309억→1조3350억원)씩 감소했다.

10대 상장사 엇갈린 현금 곳간 사정…반도체 ‘실탄 장전’ vs 車·金 ‘투자·주주환원’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