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기록적인 폭염 여파로 전국 호수와 강에 녹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으로 결국 우리가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녹조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유해 독성 물질이 있다. 현재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녹조가 확산되면 추가 대책도 불가피해 보인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팔당댐 앞 지점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가 물 1㎖ 당 8236개 검출됐다.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조류(藻類)는 수중생물을 뜻한다. 물속에 살면서 번식하는 생물로, 녹조나 적조를 일으키는 원인이다.
녹조의 심각성을 알리는 조류 경보제는 3단계로 구분된다. 유해 남조류가 2주 연속 물 1㎖당 1000개를 넘으면 관심, 1만개를 넘으면 경계, 100만개를 넘으면 대발생 단계가 발령된다.
충남 대청호와 보령호는 올해 처음으로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대청호 회남 지점에서 물 1㎖ 당 유해 남조류가 지난 12일 8만5601개, 14일 6만4852개가 검출됐다. 보령호 취수탑 지점에서는 지난 12일과 14일 각각 5만7899개, 5만2096개 검출됐다.
해마다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도 올해 유독 빠른 속도로 녹조가 퍼지고 있다. 지난 5일 녹조띠가 목격됐는데, 일주일 뒤인 11일에는 강 전체로 확산됐다고 한다. 지난 2018년 8월 합천보 상류에서 유해 남조류가 126만 개 검출됐던 대발생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상주부터 부산까지 낙동강 전역이 녹조로 뒤덮였다. 낙동강에서 2012년 첫 녹조가 목격되고 거의 처음 있는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19일부터 21일까지 낙동강 전 구간에서 녹조 현황 조사에 나섰다. 낙동강의 에어로졸과, 원수, 퇴적토를 채취해 녹조 독소 농도를 분석할 예정이다.
올해 유독 녹조가 심각한 건 꺾일 줄 모르는 폭염 영향이 크다. 녹조는 남조류라는 식물플랑크톤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대량 증식하는 현상이다. 여름철 비로 오염원이 호수와 강에 유입된 뒤 강한 햇빛과 높은 수온이 유지되면서 강의 흐름이 정체될 때에 다량 발생한다.
문제는 녹조에 들어있는 독, 마이크로시스틴. 피부와 간, 신장, 생식기 등에 독성 지닌 물질로, 청산가리보다 최대 6600배 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우려는 녹조가 상수원에 발생했을 때 마시는 물이 위험해진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도 분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 및 소독을 하는 과정에서 파괴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로 인한 피해가 마시는 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농수산물과 공기 중으로 퍼진다는 주장이다.
낙동강네트워크와 부경대 연구진은 공동 조사를 통해 낙동강 물로 재배한 배추, 무, 상추, 등 농산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낙동강 본류에서 3.7㎞ 떨어진 양산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폭우와 폭염이 빈번해지는 만큼 녹조 발생을 예방하려면 유속 등 녹조가 발생을 부추기는 다른 조건을 줄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녹조의 발생 조건인 수온, 햇빛, 영양염류, 유속 중 수온과 햇빛 등 기상 조건이 변하지 않는 이상 녹조의 확산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