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원인자 부담금 6억 취소해달라”
1·2심 LH 측 승소
대법, LH 패소로 판결 뒤집어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수도시설 신설·증설 없이 원인만 제공한 경우에도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이란 수도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부담하는 금액을 말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강릉시를 상대로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6억여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부담금을 취소하는 게 맞다”며 LH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LH가 부담금을 내는 게 맞다고 봤다.
이번 LH와 강릉시의 갈등은 9년 전인 2015년에 시작했다. LH는 강릉시에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며 주거시설·상가에 대한 급수를 신청했다. 강릉시는 이를 승인하며 수도법 조례 등에 따라 6억1952만5000원의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했다. LH가 여기에 불복하면서 소송전이 붙었다.
쟁점은 수도법 조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였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해 수도사업자의 공급능력 이상의 물 수요를 야기함으로써 수도시설의 신설·증설 등 원인을 제공한 자’는 해당 공사비용을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수도시설을 신설·증설해야만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그게 아니라 신설·증설의 원인만 제공해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달랐다. LH의 건축으로 즉시 신설·증설되는 수소시설은 없었다. 아파트가 강릉시의 기존 급수구역 내에 위치해 기존 수도시설로 수돗물 공급이 가능했다.
1심과 2심은 LH 측 승소로 판결했다. 실제 수도시설 신설·증설이 없었으므로 수도법 해당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1행정부(부장 박인식)는 2020년 5월, 강릉시가 부과한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6억원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LH의 주택건설 사업으로 신설 또는 증설된 수도시설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다툼이 없다”며 “그런 이상 강릉시가 LH에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 1행정부(부장 황승태)도 2022년 6월, 1심 판단이 옳다며 수긍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LH 측 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수도시설 신설·증설 없이 원인만 제공해도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내는 게 맞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관련 규정의 문언과 해석 등을 고려하면, 즉시 수도시설의 신설·증설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주택단지인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해 신설· 증설 등의 원인만 제공한 경우에도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도시설 신설· 증설 등의 원인을 제공해 직접적으로 수도공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