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6·7일 三電 빚투 681억 증가…SK하닉도 584억 ↑
코스피 신용잔고 상위 50개 종목 중 ‘대폭락’ 이후 빚투 증가 三電·SK하닉 뿐
개인, 최근 나흘 三電 2.5조·SK하닉 0.7조 순매수
證 “패닉셀 따른 과매도 구간 진입 판단에 개인 반도체株 초강력 순매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발(發)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탓에 ‘검은 금요일(2일)’에 이어 코스피 역대 최대폭 급락장(-234.64포인트)이 펼쳐졌던 ‘검은 월요일(5일)’을 겪으면서 국내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이런 가운데서도 ‘야수의 심장’을 지닌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대표 반도체주(株)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는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이후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 종목이자 반도체 ‘투톱’에 대한 신용융자잔고 규모가 1300억원 가까이 늘어나면서다.
三電·SK하닉만 빚투 늘었다
8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최근 4거래일(8월 2·5·6·7일) 간 삼성전자에 대한 신용융자잔고는 681억원 증가하며 단일 종목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잔고 증가액은 584억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기준 종목별 신용융자잔고도 삼성전자가 6366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가장 컸고, 4319억원의 SK하이닉스가 2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1조685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신용융자잔고(6일 기준, 10조7453억원)의 9.94% 수준이다.
코스피 종목별 신용융자잔고 상위 50개 종목 중에 해당 기간 동안 신용융자잔고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 뿐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빚투를 통해 주가가 단기간 급격히 떨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해 단기 반등 시 매도에 나서 수익을 거두려는 단타족(단기 투자자)의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주에 대한 저가매수를 통한 차익 실현에 베팅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4거래일(2·5·6·7일) 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2조596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일간 주가 하락률이 10.3%를 기록했던 지난 5일에만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은 1조3517억원에 달했고, 다음 날인 6일에도 순매수액은 6584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심도 강력하게 나타났다. 해당 기간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7048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간 주가 하락률이 10.4%를 찍었던 지난 2일 개인 투자자의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5151억원이었고, 9.87%가 하락했던 지난 5일에도 순매수액은 2260억원에 달했다. 각각 4.87%, 3.42%의 반등세를 보였던 지난 6·7일엔 각각 246억원, 117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기간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각각 1조6250억원, 1조1016억원씩,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각각 6274억원, 858억원씩 순매도세를 보였다.
“바겐세일” 반도체株 낙관론 우세…“AI 조정장 이어질 수도”
개인 투자자의 초강력 순매수세는 ‘패닉 셀(panic sell, 공포 매도)’에 따른 주가 과매도 구간에 양대 반도체주가 진입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향후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물론, 주가 흐름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 우려가 존재하고 있지만 구글은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플랫폼스는 올해와 비교했을 때 내년엔 설비투자(Capex)를 늘릴 것이라 언급하는 등 여전히 경쟁적으로 AI에 투자하겠단 의지를 보였다”면서 “AI 수익화에 대한 의문점도 현존하고 있지만,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구간인 만큼 반도체 업황의 호조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주식 가격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D램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됨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 이윤이 극대화하는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이의진 연구원은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사이 10% 넘게 하락한 것은 총 8차례였지만, 주가 급락 후 3개월 간 평균 22%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선 “삼성전자 주식은 현재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영업이익이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 “밸류에이션상 주가수익비율(PER) 9.1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로 삼성전자 주식은 현재 ‘바겐세일(할인판매)’ 중”이라고도 했다.
전날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 측이 부인하며 ‘오보’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엔비디아향(向) HBM3E 공급 현실화 시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투자자들에게 전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을 매수 기회라 판단, 투자의견을 사실상 중립 뜻하는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했다. 박유악 연구원은 “그동안 계속됐던 주가 오버슈팅과 AI 반도체 투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세) 우려, HBM 산업 경쟁 심화 가중 등이 이번 주가 급락세에 이미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분기 실적 호조와 Capex 하향 조정에 따른 D램 수급 상황 개선 등이 주가 반등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일 바닥을 찍고 최근 2거래일 연속 반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일 1.54% 상승한 데 이어 7일에도 3.17% 상승하며 7만47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도 6일 4.87% 상승한 뒤 7일에도 3.30% 오르며 16만93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투톱 반도체주를 향한 ‘장밋빛’ 전망만 나오진 않는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한데다,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닷컴·알파벳·메타플랫폼스·테슬라)과 미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등으로 대표되는 미 증시 AI 대표주에 대한 조정장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단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 경기침체 우려가 갑작스럽단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미 경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고금리 영향 따른 경기 하강 징후 나타나고 있었다”면서 “AI 투자 지출이 미 경제 호황을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 과도하게 작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기술주 조정과 연관성이 높은 반도체주는 낙폭과대 단기 반등 정도로만 대응하고, 경기 하강 우려에 금리 인하 기대가 더 확대될 것”이라며 “금리인하 수혜주인 헬스케어, 건설 등이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