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발(發) ‘R(Recession, 경기 침체)의 공포’가 국내 대표 반도체주(株)이자 국내 증시 시총 1·2위 종목을 강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5일 장 초반 급락세를 기록하면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50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05% 하락한 7만24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7만1900원까지 내려 앉으며 7만2000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7만1000원 대로 내려 앉은 것은 지난 3월 1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일에만 삼성전자 주가는 4.21% 하락하면서 지난 2020년 6월 15일(-4.59%) 이후 1509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장 초반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95% 하락한 15만7700원에 거래 중이다. 한 때 SK하이닉스 주가는 15만6700원까지 내려 앉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월 29일(최저가 15만4500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가가 장중 15만원 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 15일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최근 3거래일 연속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지난 2일 종가 기준 주가가 무려 10.4% 떨어지며 지난 2011년 8월 18일(-12.24%) 이후 4733일 만에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도체주의 하락은 미국 실업률 상승과 제조업지수 부진 등으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9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000건)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7월 실업률까지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은 뒤집어졌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 수준)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가 지난 1일(현지시간) 2.3% 급락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도 2.4% 떨어진 1만6776.16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 하락했다.
AI거품론도 증시 하락에 불을 지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일(현지시간) 6.67% 급락했고, 2일에도 1.78% 내렸다. 미국증시의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틀 동안 12.32%나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설계결함으로 차세대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중 최고급 제품인 ‘GB200’의 납품 일정을 3개월 이상 연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의 납품 일정 연기로 ‘GB200’을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으려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구글과 메타 등의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된 가운데 이르면 5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성 공격을 단행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온 점은 증시 불안감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