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본시장법 176조 3항 위반…시세조종 증거 충분”
법조계 “선례성 있는 사안…형사처벌 맞는지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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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구속 만료일인 다음달 11일 안에 기소하겠단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비슷한 전례가 없는 만큼 향후 기소가 되더라도 혐의에 따른 유무죄를 넘어 자본시장 내 룰세팅(규칙제정)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 위반” 혐의 입증 자신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구속 수감된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혐의를 두고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과 판례에 따라 인정된 법리를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에는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에 관한 일련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 김 위원장 측이 장내 매수를 했다는 게 ‘불법’이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며 “장내 매수 행위가 시세 고정이나 안정 목적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이 자본시장법 조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을 취득하는 적법한 방법은 다 마련돼 있었다”며 “대항 공개매수를 하거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으면서 장내 매수를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 했음에도 이 같은 목적을 숨기기 위해 대항 공개매수를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분 취득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해 5% 이상 장내 매수를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을 축소시킬 방법은 SM엔터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유일했을 것”이라며 “인위적 조작을 통해 SM엔터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고정하고 안정시켰기 때문에 시세조종 범행에 해당하고, 실제로 고가매수 주문이나 물량소진 주문과 같은 전형적 시세조종 매매 양태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구속된 지 일주일째’ 김범수, 혐의 부인 입장 변함無
31일 헤럴드경제가 법원도서관 판결정보특별열람실에서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이 적용된 형사 판결을 검색한 결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판례가 확인됐다. 대법원 판례도 다수 있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에 따른 시세조종 행위를 ‘정상적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경쟁시장에서 형성될 증권 등 시세에 시장요인에 의하지 않은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 조작을 가해 시세를 형성 및 고정시키거나 이미 형성된 시세를 고정시키는 것’이라 봤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세고정 목적의 행위’인지 여부는 그 증권 등의 성격과 발행된 증권 등의 총수, 가격과 거래량 동향, 전후 거래상황, 거래의 경제적 합리성과 공정성, 시장관여율 정도, 지속적 종가관리 등 거래 동기와 태양 등의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M&A) 혹은 경영권 방어 상황이라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유사 판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도 전례가 없다는 점을 변론 주안점 중 하나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4일부터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사안 첨예해 혐의 단정 어려워”…검찰 증거가 관건
법조계와 학계에선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 공범들의 형사 재판에서 현출된 여러 증거와 리니언시를 통한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 및 증언을 감안하더라도 구체적 증거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혐의 성립 가능성을 섣불리 가늠하기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 혐의를 비롯 사실 관계 전반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측 입장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을 뿐더러, 당해 사건 관계자가 아닌 이상 유무죄 전망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장내 매수 행위가 시세조종으로 처벌되기 위해선 어떤 요건이 필요한 것인지를 중요 쟁점으로 삼고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한 로펌 파트너변호사는 “기존 법령에 따라 시세조종 혐의가 명확하면 당연히 대기업 총수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처벌해야 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이번처럼 선례성이 있는 사건에서 과연 형사 처벌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법조계, 재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는 이해관계인 의견청취 제도가 있지만, 일반 법원에는 이 같은 전문가 의견을 받는 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며 “한국도 제3자가 특정 사건의 견해를 전하는 미국의 아미쿠스 브리프(Amicus Brief) 제도를 운영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가 자본시장 내에서 불거진 이번 이슈에 대한 룰세팅(규칙제정)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면 더욱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