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줄고 금리 내려…전세가율 67.5%
서울 중심으로 전세 신고가 속속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져가는 가운데 전세가는 집값보다 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한 신축 공급 감소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기점으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이 4년을 맞으면서 전셋값 추가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은 지난달 기준 67.5%로 2023년 1월(67.5%)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집값이 뛰고있는 형국이지만 전셋값은 더욱 크게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전세가율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모양새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85% 올랐는데 수도권의 경우 2.03%, 서울은 2.88% 올랐다. 서울 전세가율(54.6%)은 지난해 7월(52.7%) 이후 상승세를 유지 중이고 경기도 전세가율도 6월 기준 65%로 2022년 11월(6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대출금리가 하향 조정되면서 전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전국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이 늘어난 지역은 전북 한 군데(1.6% 증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서울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개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는데, 연초와 비교했을 때는 강동구 강북구를 제외하고 전세 매물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등을 올려 전세대출금리를 조정하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부담은 경감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고정금리는 금융채 2년물 금리를, 변동금리는 금융채 6개월물을 따른다. 연초와 비교했을 때 이 준거금리는 3.707%에서 3.231%(2년물)로, 3.819%에서 3.425%(6개월물)로 0.5%포인트 안팎 하향조정됐다.
이같은 상황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번주에도 상승(0.18%)해 62주 연속 올랐다. 매매가는 5년 10개월여 만에 최대 주간 상승 폭을 나타냈다.
전세 신고가도 속속 신고되는 중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SKVIEW 전용 93㎡은 이달 16일 21억5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돼 지난해 12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19억9500만원)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8월 여의도에 신축된 브라이튼 여의도도 이달 23일 전용 101㎡이 21억원에 전세거래돼 직전 거래(18억7200만원) 대비 2억6800만원이 뛰었다.
전세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도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2법이 이달 31일을 기점으로 시행 4년을 맞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4년 간 전셋값 상승을 제한해야했던 임대인들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임차인은 “4년 살았고 조만간 계약이 만료된다”면서 “기존 보증금보다 10%를 증액해서 계약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는데 임대인은 시세에 맞게 25%를 올려달라는 입장이라 이사를 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