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목 동일하게 구성…“자산배분 효과 누릴 최적의 타이밍”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대표되는 기술주 쏠림 현상이 대두된 상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시아 최초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동일하게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에 출시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9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를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과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기존 S&P500 ETF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따른다. 같은 S&P500 구성 종목이라도 시가총액이 큰 종목은 그만큼의 편입 비중으로 투자하고 작은 종목은 작은 만큼 투자한다.
이와 달리 동일가중 방식은 모든 종목에 똑같은 비중을 부과한다. 500개 종목을 0.2%씩 동일하게 투자하기 때문에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되는 특성을 지닌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FICC ETF운용본부장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몇 년간 지속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중소형주는 차입비용 상승 등으로 성과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도래하면 동일가중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금리 인하 시기에는 동일가중 전략이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성과를 상회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일가중 전략의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S&P500 동일가중 ETF는 지난해 미국에서 인기가 뜨거웠던 상품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2003년 출시한 'Invesco S&P 500 Eql Wght ETF'(티커 RSP)의 작년 한해 순유입액은 129억달러로 주식형 ETF 중에서 5번째로 많았다.
또한 'TIGER S&P500동일가중 ETF'는 1년에 4회 분기별로 리밸런싱(재조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저가매수·차익실현에 나서지 않아도 '오른 주식은 비싸게 팔고, 내린 주식은 싸게 사는' 효과를 자동적으로 누리게 된다는 게 미래에셋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M7' 'AI5' 등 미국 빅테크주로의 쏠림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빅테크주의 조정이 우려되는 투자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이번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연초 이후 주식시장은 M7,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이었고 (현재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비중이 1970년대 이후로 가장 높은 시기"라며 "지금이 S&P500동일가중에 투자하며 동일가중의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 역시 "앞으로 (기술주)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 대응책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게 S&P500동일가중"이라며 "쏠림이 강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기존 S&P500과 S&P500동일비중의 비율을 7대 3 정도로 가져가는 게 조정장세에서 대응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S&P500 동일가중 전략을 사용한 ETF는 미국에서 뱅가드, 블랙록 등 유수의 자산운용사에서도 출시되지 않고 인베스코의 상품 하나만 출시됐다. 아시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S&P500동일가중'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지수산출기관) S&P다우존스지수가 굉장히 엄격하고 보수적 관점을 보이고 있어서 S&P500동일가중 ETF가 상장된 나라는 미국 외 영국, 캐나다 등 6개국밖에 없다"며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미래에셋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처음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