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등록률 2년새 15.9%p↓

GIST·DGIST·UNIST 등도 감소세

의대 지역인재 전형도 이탈 부채질

“4년뒤 이공인재 5000여명 부족” 우려

“카이스트도 싫다” 의대 열풍에 이공특 신입생 이탈 가속

의대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를 비롯한 전국 이공계 특성화 대학의 신입생 등록률이 2년 사이 일제히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의무화된 의대 지역인재 선발이 비수도권에 위치한 이공계 특성화대 인재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에너지공과대(KENTECH)의 올해 등록률(수시·정시 합계)은 2년 사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등록률은 특정 연도 합격자 중 실제로 학교에 등록한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대학은 카이스트로, 2022학년도에 98.6%였던 등록률이 2024학년도에 82.7%로 15.90%포인트 감소했다. DGIST는 같은 기간 등록률이 100.9%에서 89.1%로 11.8%포인트, GIST는 109%에서 101.3%로 7.7%포인트 줄었다. 이밖에 KENTECH는 97.3%에서 95.5%로 1.8%포인트, UNIST는 101.6%에서 100.4%로 1.2%포인트 등록률이 감소했다.

입시 업계에선 이같은 이공계 특성화대 등록률 하락이 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공계 특성화대학에 합격하고도 의대 진학을 위해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다.

지난해부터 의무화된 의대 지역인재 선발 영향도 등록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강남 소재 한 재수종합학원 관계자는 “의대 지역인재 선발로 지역 소재 영재고나 과학고 재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쉬워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특성화대학은 각각 대전(카이스트), 광주(GIST), 대구(DGIST), 울산(UNIST), 전남(KENTECH)으로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소재 의약학계 대학들이 신입생의 40%를 대학이 위치한 지역 출신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지역인재 선발 제도를 의무화했다. 더불어 대학 등록기간 전인 올해 초부터 의대 증원과 함께 지역인재 선발 비율 상향을 추진해왔다.

비슷한 현상으로 이공계 대학에선 재학생들의 중도탈락 규모도 커지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지난해 자퇴를 하거나 미복학으로 중도탈락한 학생은 130명으로, 전년(125명) 대비 늘었다. 5년간 중도 탈락 학생은 576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6명 ▷2020년 145명 ▷2021년 100명 등이다.

최근 재외국인·외국인 특별전형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 의대 입시가 본격화한 가운데 내년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어 9월 수시 모집, 12월 정시모집을 통해 전국 39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총 448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공계 내부에선 열악한 이공계 일자리 및 처우가 이탈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영재교육 분야를 연구한 이지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통화에서 “이공계 진학 후 좁은 취업시장 등 현실에 좌절해 의대로 재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지원본부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원의 이공계 인재들은 본인이 원해서 과학기술계로 왔음에도 사회적 인식 저하, 미래의 불안정성 등으로 의대로 이탈하고 있다”며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위한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이공계 석박사 과정생 감소 추세를 따져봤을 때 2028년까지 과학기술분야 신규 인력 4만7100명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역시 국내 이공계 인재 유출 규모를 매년 수만 명 단위로 추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2022년) 해외로 유출된 이공계 학생은 총 33만9275명이다. 연간 단위로 따지면 3만~4만명 규모다. 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