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교섭권 침해”

헌재 “효율적·안정적 교섭체계 구축”

복수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헌재서 합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위해 입장한 뒤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한 사업장에 여러 노동조합이 있을 때 1개 노조가 대표로 사용자와 교섭하도록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교섭창구 단일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등에 관한 위헌 소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 대표를 정하지 못했을 때 조합원 과반이 속한 노조를 대표로 인정하는 조항, 대표 노조만 쟁의행위를 주도할 수 있게 한 조항에서도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청구인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조 단체와 조합원이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교섭대표가 되지 못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소수 및 신생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박탈되므로 단결권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헌재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될 뿐 아니라 침해의 정도도 크지 않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정당성이 인정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비교섭 노조도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는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교섭대표 노조의 기반이 되고 있다”며 “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개별교섭이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침해의 정도도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통일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은 큰 반면 비교섭 노조의 단체교섭권 제한은 잠정적인 것”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었다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은애·김기영·문형배·이미선 4인의 재판관은 반대 의견(헌법불합치)을 냈다. 이들은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독자적 단체교섭권 행사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대해 노조 측은 반발했다. 전국금속노조는 “헌법상 노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부정한 헌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헌재가 국제 기준을 위반한 자기모순이자, 노동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 결정을 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