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9가구 모집에 29명이 신청…0.03대 1 극심한 부진
평택 입지 대비 높은 분양가로 실수요자 외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내세웠지만 고전
경주선호 흔들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경기도 평택시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평택 화양지구의 아파트의 경쟁률은 0.03대 1에 불과했다. 평택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투자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 연장 등 개발 호재를 갖춘 지역이지만, 가격과 입지 때문에 수요자가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평택시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는 749가구 모집에 29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평균 경쟁률은 0.03대 1로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청약 신청을 받은 3개 타입 가운데 전용면적 107㎡형은 1순위 청약 인원이 2명에 불과했다.
이 단지는 화양지구 6-2블록에 지하 2층~지상 29층, 8개 동, 753가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미르앤에셋이 시행을, 동문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혜택 등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청약 미달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현재 미계약 물량을 털기 위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입지 대비 높은 분양가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양지구는 평택 도심과 비교적 거리가 멀고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지만 분양가는 저렴한 편이 아니다.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의 분양가는 ▷전용 84㎡A형 4억5300만원 ▷전용 84㎡B형 4억5200만원 ▷전용 107㎡형 5억7100만원 수준이다.
평택시에서 직접적으로 개발 호재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신축 단지와 비교해도 비싼 편이다. 정부가 GTX A·C노선 연장 추진을 발표한 지제역 인근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플레이스’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4억99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격 메리트와 입지적 매력 모두 떨어지는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시공사인 동문건설은 2021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동문 디 이스트’를 출시, 배우 이제훈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선대회장인 경재용 전 회장이 2022년 별세하면서 장녀인 경주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분양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동문건설의 분양수익은 전년 대비 46.4% 감소한 12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216억원)도 직전해와 비교해 65.8% 급감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3년 이래 유일한 미분양 기록을 세우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청약을 진행한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원주 동문 디 이스트’는 863가구 모집에 143명만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0.16대 1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공사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지 않으려면 청약 경쟁률이 5대 1은 넘어야 하지만 이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