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Louis Vuitton)이 지난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서 2025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쇼가 열리는 동안 출입을 제한한 탓에 근처 주민들과의 충돌도 빚어져 시위자 한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루이뷔통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크루즈 패션쇼에 아나 데 아르마스, 제니퍼 코넬리, 시얼샤 로넌과 같은 유명 배우들을 초대해 눈길을 끌었다.
보통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하는 기성복 컬렉션 패션쇼와 달리 크루즈 컬렉션은 이국적이고 독특한 장소를 주로 선택한다.
관광객들이 매일 탱크톱과 반바지, 플립플랍을 시고 다니는 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이날 하룻밤 동안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우주색과 어우러진 최첨단 의상의 장이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델들은 멀리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공원 중앙의 돔형 광장을 받치는 86개의 웅장한 도리아식 기둥 사이를 누비며 워킹을 했다.
제스키에르 디렉터는 이번 컬렉션이 가우디의 “끊임없는 돌연변이 속의 유산과 스페인의 풍부한 예술 유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마치 가우디의 화려한 순수함에 대한 경의를 표하듯, 메종(파리의 오트쿠튀르)의 엄격한 정신은 스페인의 열정을 포용한다”며 “색상의 열정,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된 전통의 충실함, 결코 모순되지 않는 어둠과 빛”이라고 쇼 노트에 적었다. 컬렉션 의상의 극적인 실루엣은 가우디의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곡선과 대조를 이뤘다.
구엘공원은 1900년 고급 주거지를 지을 목적으로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 의해 설계·계획된 공원이다. 가우디가 그의 후원자였던 구엘과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은 바르셀로나 근교에 60채의 건물이 들어가는 대단위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사업이 망해 구엘 역시 파산했다.
유네스코는 1984년 가우디의 건축물이 건축의 발전에 미친 영향과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구엘 공원, 구엘 저택, 카사 밀라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2005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도 추가로 지정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우디의 건축물은 총 7개다.
한편 패션쇼 당시 그 지역 주변의 수백 명의 주민들이 공원 출입 및 주차 공간 제한 등으로 불편함을 겪으며 행사 반대 시위도 열렸다. 시위에는 동물보호운동가들도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 시위자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북을 치고, 에어혼이라 불리는 공기식 경음기를 불었으며,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카탈루냐 경찰은 도로에서 시위대를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한 시위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