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공부방 등 김영란법 적용 ‘사각지대’
스승의날 앞두고 선물 고민 커지는 학부모들
기프티콘·수제쿠키·손편지 등 종류 다양해
교사들 “차라리 스승의날 없어지면 좋겠다”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스승의날이 다가오면서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교원에게 ‘스승의날’ 선물은 금지다. 관건은 사립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이 적용되기도, 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선물을 하지 않으면 자녀가 혹여라도 차별받지 않을지를 고민한다. 올해 ‘스승의날’이 부처님오신날과 겹치면서 휴일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금전적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라서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금품과 선물 등을 주고받을 수 없다.
다만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에 한해서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어린이집 일반 교사들은 선물을 받아도 된다. 실제로 일부 어린이집 학원에서는 관행적으로 선물을 받고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아주는 감사함’과 ‘차별 걱정’ 속에서 치열하게 선물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세 살 딸을 둔 박모(40)씨는 “내 아이를 돌봐주는 소중한 선생님이기 때문에 뭘 선물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며 “요즘은 스타벅스나 올리브영 기프티콘과 편지를 선물하는게 대세라고 해서 그렇게 선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조모(43)씨는 “주변에서 다른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선생님, 원장, 옆반 선생님, 등·하원 기사님까지 모두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라며 “실제로 고마운 마음이 큰 것은 맞지만, 경쟁적으로 밤새워서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니 매년 힘들긴 하다”라고 웃었다. 조씨는 수제 쿠키와 간식 등을 준비해 포장하는데 약 20만원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며 네 살 아들을 둔 이정현(36)씨는 “주변에 보면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경쟁적으로 선물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어린이집의 경우 학교와 달리 정말 많은 시간을 선생님과 보낸다. 혹시 모를 아동학대나 차별을 막으려면 선물을 챙겨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역 맘카페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름을 공유하면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선물하는지를 묻는 고민 글들이 적게는 수십건, 많게는 수백건씩 올라왔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이날 어린이집 스승의 날 선물 관련 문의 글은 300건에 달했다.
맘카페 회원들은 “명품 화장품을 돌려도 되느냐”, “카네이션 꽃다발 하나로 될지 모르겠다”, “어린이집 모든 교사한테 선물을 보내야 하느냐”, “주로 어떤 선물을 어느정도 예산으로 드리느냐” 등 다양한 고민을 올렸다.
어린이집들에서는 이런 선물 공세가 부담으로 느껴져 ‘선물 금지’를 공지하기도 한다. 교사들도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 강동구 어린이집 교사 이모(31)씨는 “매년 스승의 날이 되기 전에 ‘선물 관련 공지’를 올리지만, 그럼에도 손수 싸오는 선물을 거부하기도 어렵다”라며 “선물을 받는다고 해서 특정 아이를 편애하거나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어린이 공부방 교사 정모(33)씨는 “괜히 선물을 받았다가 선물을 하지 않은 학부모들로부터 ‘차별 대우를 한다’고 뒷말이 나올까봐 걱정된다”라면서 “유치원의 경우 어린이집과 달리 김영란법이 적용되는데 왜 어린이집이나 공부방은 적용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이렇게 학부모와 선생님들 모두 부담을 느끼느니 차라리 다 없어지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