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무성한 나무 사이로 휑하게 드러난 흙바닥. 컨테이너 박스와 포크레인도 눈에 띈다.
이곳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 위치한 대야산.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보호지역의 일부로, 속리산국립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산이다.
대야산은 약 20년 전 개발이 중단된 이후 방치돼 있었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광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달 하순부터 본격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이미 중장비가 투입돼 있다.
폐광산의 상흔이 채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파헤쳐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환경단체는 지형 훼손과 분진, 붕괴 위험이 도사리는 대야산을 비롯한 백두대간보호지역에서 광산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야산은 1985년 원경광업소가 광산 개발이 시작된 이후로 채석 허가와 불허가 반복돼온 곳이다. 2015년 산림청이 부지 복구를 진행했으나 화약고와 사무실 들 폐시설물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다시 채광 움직임이 나타난 건 2021년 6월. 산림청은 광업권을 인수한 MK광산개발산업에 허가를 승인했으나 다섯 달만에 사업 허가 조건을 미이행을 이유로 허가를 취소했다.
두 차례 행정소송 끝에 지난해 7월 MK광산개발산업은 사업 허가를 재승인 받았지만, 허가 조건 외의 토석을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광산 개발을 위한 시설물이 대야산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곳의 광산 개발 연장 승인은 2026년 6월에 예정돼 있다.
조대연 완장2리 이장은 “폐광산에서 남은 건축물과 각종 오물, 연료탱크, 정비소 등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채 다시 광산 개발이 허가됐다”며 “항의했으나 항소심 끝에 개발 승인이 났고 산림청은 항소를 포기했다. 주민들을 속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야산이 위험천만하게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산이 직각에 가깝게 깎인 탓에 암반 곳곳은 아직도 금이 가고 틈이 벌어지고 있다. 복구 공사로 숲을 조성하더라도 이미 잘려나간 땅은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일부 암반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균열이 생기고 있어 광산 개발이 재개되면 진동으로 인해 붕괴될 우려가 있다. 약해진 지반에 강한 비가 내리면 자칫 대형 산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주민 피해도 막심하다. 채광이 이뤄지던 중 미세 분진, 소음, 진동 등으로 실제 이 일대 주민들은 주택 붕괴사고를 겪기도 했다. 속리산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터라 여름철 관광 수요가 높은 만큼 대형 트럭으로 인한 사고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야산은 국가 생태축으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할 백두대간보호지역에 있다. 백두대간보호지역은 국토의 2.6%, 전체 산림의 4%를 차지해 단일 보호구역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실상은 도로와 철도, 광산, 댐 등이 여전히 개발되고 있다. 2003년 제정된 백두대간보호에관한 법률은 보호지역 내에서 광산 등 일부 개발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백두대간보호지역 지정 이후 가행광산은 자병산이 유일했으나 산림청의 사업 허가로 현재는 2곳으로 늘어났다.
광산 개발은 대규모 산림 훼손과 지하수 고갈 및 오염, 지형 변형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대표적인 사업이다. 채광이 끝나더라도 생태계 피해와 주민 피해는 지속되는 탓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산림청에 신규 광산 개발 허가에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개발 사업을 가능토록 한 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보호지역 복원은커녕 훼손을 방치해온 산림청은 결국 광산 개발 허가라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며 “생태축 회복과 재난 대비를 위한 복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다시 추진되는 백두대간보호지역의 광산 개발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적극적인 산림복원도 주문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광산 훼손지는 제대로 된 복구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허가기간이 종료되면 국유림 대부 및 채굴 연장 포기를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추가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