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12년만에 국방부 장관이 교체된 러시아의 새 국방부 장관은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경제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는 1959년생으로 1981년 모스크바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학계에서 일하다 1999년부터 정부에 합류했다.
2012년에는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냈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다. 2020년 러시아 제1부총리로 임명되기도 했다.
FT는 단 하루도 군에 복무한 적이 없는 기술관료(technocrat)인 벨로우소프가 국방 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향후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분석가들과 푸틴 대통령, 벨로우소프를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국방 장관 지명이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주요한 전략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기록적인 국방비 지출에 대한 보다 긴밀한 통제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FT는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 규모가 1천185억달러(약 162조3천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벨로우소프 지명과 관련해 군과 사법당국의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4%를 차지했던 1980년대 중반 옛 소련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이 분야 지출을 국가 경제 전반에 더 부합하게 해줄 민간인을 장관 후보로 올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푸틴과 벨로우소프를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한 관계자는 "벨로우소프는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국방부는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라며 "그는 일 중독자이고 매우 정직하며 푸틴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벨로우소프의 임명으로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간부는 FT에 내각과 국방부가 지출을 좀 더 면밀히 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프로코펜코는 "벨로우소프는 경제에서 산업의 역할을 지지하는 인물"이라며 "그는 국방 분야의 지출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려 할 것이고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벨로우소프는 경제 성장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에 주목해온 인물이다.
그는 국가적인 투자와 낮은 이율, 연성 재정과 신용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종종 강경한 통화정책을 추진해온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