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미 해군 함대 방어용으로 개발된 F-4팬텀Ⅱ는 1958년 5월 27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1960년 미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에서 운용시험에 통과하면서 제식 명칭이 부여된 뒤 이듬해인 1961년 실전 배치됐습니다.
팬텀Ⅱ는 반세기 이상을 풍미했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기록을 남기면서 말이죠.
우선 팬텀Ⅱ는 미국의 공군과 해군, 해병대가 함께 사용했던 최초의 전투기입니다.
당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성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팬텀Ⅱ는 길이 19.2m, 날개길이 11.7m로 제너럴 일렉트릭의 J79-GE-17A 애프터버닝 터보제트 엔진 2개를 장착해 최대 1만7845파운드의 추력을 낼 수 있어 우람한 크기와 강력한 파워를 자랑했습니다.
마하 2.23의 최대속도, 680㎞ 범위의 작전반경을 자랑하기도 했죠.
최고 성능의 레이더 AN/APQ-72를 탑재했고 AAA-4 적외선 탐지·추적 장비도 장착했습니다.
첨단 탐지 성능을 뒷받침할 무장장착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나중에 D모델부터 장착되긴 했지만 기관포 탑재는 물론 9개의 하드포인트에 최대 8480㎏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폭탄은 물론 집속탄과 레이저 유도 폭탄, 공대지 미사일, 대함 미사일은 물론 핵폭탄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AGM-142H ‘팝아이’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제 공대지 미사일로 최대 112㎞ 떨어진 목표물을 1m 이내의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미사일 전체 무게는 1.3t, 탄두중량만 350㎏으로 1.5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중에 사거리 270여㎞의 슬램-ER이나 500㎞의 타우러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특히 팝아이의 파괴력은 탄두중량은 230㎏의 슬램-ER도 따라잡지 못했죠.
이런 능력 덕분에 호주와 이집트, 독일, 이스라엘, 일본,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팬텀Ⅱ를 운용했었고 우리나라와 그리스, 이란, 터키 등은 아직도 팬텀Ⅱ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제작된 제트전투기 중 가장 성공적인 기종 중 하나로, 5195기가 생산돼 서방 초음속 전투기 중에서는 최대 생산수를 자랑합니다.
진기한 기록도 많이 세웠습니다. 1만4330m 상공에서 마하 2.5까지 가속해 45°각도로 2만7430m까지 상승한 뒤 엔진을 끄고 활공비행을 하다가 2만1300m 상공에서 다시 엔진을 재시동하고 정상비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1961년에는 2시간 27분 만에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죠.
팬텀Ⅱ는 한 때 한국 공군을 동아시아 최강 공군으로 만들었던 전투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1969년 8월 29일 미국으로부터 F-4D 6대를 인수받았습니다. 이로써 미국을 제외하고 영국과 이란에 이어 세 번째 팬텀 보유국이 됐죠.
이유는 1968년 북한의 특작부대가 청와대를 침투했던 1·21사태와 같은 달 23일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납치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월남에 병력을 파견했던 우리 군은 이런 엄중한 안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철군을 고려했고 다급해진 미국은 한국군의 월남 철수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요구했던 F-4를 제공했던 겁니다.
1972년에는 F-5A/B 36대를 월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무기한 임대받기도 했고 1975년에는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은 방위성금으로 5대의 방위성금헌납기를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도입한 팬텀Ⅱ를 우리나라는 한때 222대까지 보유하기도 했습니다.
1970~80년대 팬텀Ⅱ를 조종했던 조종사들의 얘기로는 팬텀이 뜨면 북한 공군은 서둘러 착륙하기 바빴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F-4D는 2010년에 RF-4C는 2014년에 퇴역했고 오는 6월 F-4E 19대가 퇴역하면서 한국 공군과 함께한 55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오늘은 다른 댓글보다는 팬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겨주시는 건 어떨까요? 어르신..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박정은, 우원희,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