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측 “서울시 행사 네번 장소 사용 불허” 비판
서울시 “광장 사용 조례에 따른 합당한 절차” 반박
시민 반응도 엇갈려…“반대 기가 차” vs “보기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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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서울광장이 아닌 거리에서 개최된다. 이를 두고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는 ‘서울시가 조직적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 대응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 종합하면 조직위는 ‘서울시가 조직적으로 행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 퀴어 관련 토론회, 관련 강연 등을 연달아 막고 있다며 비판했다. 앞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조직위 “서울시 네 번의 장소 사용 불허…혐오 세력과 다를 바 없다”
조직위 측은 “6월 첫날로 행사 날짜를 결정했지만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조직위는 서울시로부터 서울광장 사용을 비롯해 네 번의 장소 사용을 불허 당했다. 서울광장뿐 아니라 시민청,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서울역사박물관까지 4개 부서가 조직위의 행사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거나, 첨예한 갈등을 유발한다거나, 운영과 관람을 방해하는 행사라는 이유를 대며 대관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 3월 조직위가 퍼레이드 개최를 위해 낸 서울광장 사용 신청에 대해 “해당 날짜에는 책광장 행사가 결정돼 있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조직위가 주최하는 여러 행사도 ‘대관 불허 조치’가 계속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청,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퀴어축제 관련 행사를 열려다가 대관이 불허됐다.
조직위는 연달아 이어진 장소대관 불허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조직위 측은 “서울시가 막아야 하는 것은 약자에게 일방적 폭력을 행하는 혐오세력이며, 이러한 시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서울시 역시 혐오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절차에 따랐을뿐…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
이를 두고 서울시에서는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광장을 이용하려면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이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조직위와 서울도서관, 개신교계 단체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년 문화행사 주최측 등이 이달 31일 서울광장 사용 문제를 협의했다.
실제로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면 90일 전부터 5일 전까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연례기념행사나 충분한 사전준비 및 홍보 등이 필요한 행사는 연간 3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위원회) 심의를 거쳐 광장 사용일을 확정한다. 위원회는 시민단체와 시의원 등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앞서 책읽는 서울광장이 봄과 가을에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행사인 점을 고려해 책읽는 서울광장 사용 건을 위원회에 상정했다. 이후 위원회는 올해 5·6·10월 매주 주말 및 9월 21·22·29일에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열기로 지난해 11월 확정했다. 책읽는 서울광장이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주 4일 운영되기 때문에 금요일인 5월 31일은 서울도서관에서 별도로 사용을 신청했다는게 시의 해명이다.
지난해에는 퀴어축제 조직위의 7월 1일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되고 기독교단체인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의 광장 사용이 허가됐다. 조직위는 을지로2가 일대로 옮겨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조직위 측에서는 ‘조직적 불허’라고 주장한 것이지만, 시에서는 정당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례에 따르면 사용신고를 수리할 때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 행사 등은 우선해 수리할 수 있다.
시민반응 엇갈려…“광장 사용 불허 정치적 압박” vs “아이들·외국인 보기 불편”
이를 두고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적 있다는 직장인 최모(30)씨는 “광장 사용을 막는 것은 정치적 압박이 있던 것 아니냐”라며 “조직적으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막는 것을 보니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남에서 회사를 다니는 박모(41) 씨는 “광화문 광장에 아이들과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데 그런 곳에서 과격한 시위를 여는 것은 보기 불편한 것 같다”라며 “광장은 상징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행사를 여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