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도크마스터 인터뷰
터미널 연간 LNG선 100여척 입항
입항 이후 최대 26시간 안전 체크
“고객사 포스코인터 터미널 안전 호평”
〈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헤럴드경제(광양)=한영대 기자] 2일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약 9만평 규모의 LNG 터미널에서 근무하고 있는 ‘도크마스터’인 박종훈 대리, 박진만 대리는 이른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오전 10시 30분 터미널에 입항했던 10만t급 규모의 LNG선이 이날 오전 11시 출항이 예정돼 있어서다. 박종훈 대리, 박진만 대리는 LNG선 출항에 앞서 날씨 및 바람을 수시로 체크함과 동시에 터미널 이상 여부를 점검했다.
도크마스터는 LNG선이 LNG를 터미널 저장탱크로 하역하거나 저장탱크에 있는 LNG를 선적할 때, 선박이 입·출항할 때 안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작업 과정에서 선박 관계자, 터미널 직원과 모두 소통하면서 안전사항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도크마스터 직군은 2004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민간 최초로 LNG 터미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생겨진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터미널에는 1년에 100여척의 LNG선이 입항하고 있다. LNG선 입항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총 13단계에 걸쳐 LNG 선적·하역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이 진행되는 25~27시간 동안 도크마스터들은 교대로 근무를 진행하면서 안전사항을 밀착 체크한다.
LNG선 입항 이후 도크마스터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LNG선에 승선해 선장과 안전사항에 대한 미팅을 진행한다. 이후에는 LNG선이 LNG를 제대로 하역 및 선적하고 있는지, 선박이 터미널에 잘 정박해 있는지 등을 밤새도록 확인한다. 도크마스터인 김광훈 과장은 “작업 스케줄 작성부터 선박 접안, 작업 전 미팅까지 오로지 혼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LNG선이 모든 작업을 마친 후 예정된 출항 시간에 맞춰 터미널을 떠나야 도크마스터 업무는 마무리된다. 이날 10만t급 LNG선도 도크마스터들 덕분에 무사히 출항할 수 있었다. 박종훈 대리는 “LNG 터미널에 오기 전까지 도크마스터란 직군을 알지 못했다”며 “도크마스터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흔히 접할 수 없는 직군이란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도크마스터는 단 4명에 불과하다. LNG 터미널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자격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도크마스터는 법률에 근거해 위험물 안전 관리자로 등록돼야 한다. 위험물 안전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3급 이상 항해사로 3년 이상 근무 ▷위험물 관련 업무 경력 5년 이상 ▷가스자격증 보유 등 3가지 조건 중에서 하나를 갖춰야 한다.
도크마스터가 됐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건 아니다. 약 1년 동안 선임 도크마스터를 따라 현장 교육을 받는 ‘오버랩 근무’ 기간이 끝나야 도크마스터로서 첫 단독 근무에 나설 수 있다. 이날 박진만 대리도 도크마스터로 발령받은 지 겨우 3개월밖에 되지 않아 박종훈 대리와 같이 근무에 나서야 했다.
박진만 대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터미널 프로세스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라며 “LNG선 구조 및 설비를 확실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LNG선 승선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박종훈 대리는 “전 세계 선박이 들어오는 만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선박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만큼 도크마스터로 임명되기 이전에 운전실 현장직무훈련(OJT)은 기본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도크마스터는 업무 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로 선박 입·출항 일정에 변동이 생길 때 도크마스터들은 비상에 걸린다. 박종훈 대리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은 10㎧ 이상의 강풍이 발생할 때 선박 접안이 불가능한데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선박 입·출항이 지연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선박 관계자들과 터미널 직원들이 서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크마스터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소통 오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끔은 겁이 날 때도 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크마스터들과 터미널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터미널은 2004년 운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김 과장은 “안전을 비롯한 서비스 대응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결과 해외 고객사들이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터미널을 방문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사들의 높은 신뢰도는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터미널 사업에서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터미널 사업 매출은 1086억원으로 전년(1055억원) 대비 3.1% 상승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LNG 터미널 저장 용량을 지난해 기준 73만㎘(킬로리터)에서 2030년 314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LNG 20만㎘를 저장할 수 있는 LNG 탱크 6호기는 올해 상반기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LNG 터미널 규모가 커질수록 도크마스터들의 책임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 과장은 “산업 현장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터미널은 ‘무사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포스코인터내셔널 터미널이 전 세계 선박 및 고객사가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는 1등 터미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