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추세 끊어낸 韓 증시…최근 23년간 ‘셀인메이’는 불분명
증권가 “4월 예상보다 강한 조정세…추가 하락 가능성 제한적”
잇따른 1Q 실적에 주가 향방 갈릴 듯…“美 FOMC·中 경기 반등 주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 (Sell in May and Go Away.)”
매년 5월이 가까워질 때마다 투자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미국 월가(街),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오랜 격언이다. 올해 들어선 격언보다 한 달 앞서 4월 들어 ‘3고(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탓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5월 국내 증시는 오히려 ‘반등세’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권가에서 커지는 모양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군이 무역수지 개선세를 이끌고 있는데다, 이들 섹터 종목들의 ‘실적 랠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락 추세 끊어낸 韓 증시…최근 23년간 ‘셀인메이’는 불분명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1%(52.73포인트) 상승한 2675.7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1.99%(16.79%) 오른 862.23을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이번주(22~24일) 들어 각각 3.24%, 2.41% 상승했다. 코스피는 3월 3주차(18~22일, 3.06%) 이후 5주 만, 코스닥은 3월 4주차(25~29일, 0.17%) 이후 4주 만에 하락세를 끊어낸 것이다.
증권가에선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5월이면 약세장이 반복된다는 통념과 달리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향후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헤럴드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상의 2001~2023년 코스피·코스닥 지수 월별 평균 등락률을 분석해 ‘5월 주가 약세론’에 대해 내린 결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지난 23년간 매해 5월달 평균 수익률은 -0.05%로 앞서 1~4월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꺾인다는 점에선 가설을 입증했다. 하지만, 다른 달과 비교했을 때는 6월(-0.96%), 10월(-0.54%), 9월(-0.49%), 8월(-0.24%)의 수익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오히려 코스닥의 경우엔 5월 평균 수익률이 0.28%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써머 랠리(summer rally·매년 여름 찾아 온다는 반등장)’를 앞두고 ‘실탄’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과 연초부터 이어지던 상승 랠리 모멘텀이 한풀 꺾일 때가 겹치다보니 만들어진 말”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변동성이 심한 탓에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많은 올해 같은 경우 일반적인 통념보단 상황에 맞는 근거로 투자 전략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증권가 “4월 예상보다 강한 조정세…추가 하락 가능성 제한적”
국내 증권가에선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까지 겹치며 4월 들어 예상보다 ‘조정세’가 강하게 왔지만,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가 ‘탐욕’ 단계에서 단기간 내 ‘공포’까지 움직이는 등 심상치 않는 변동세를 보였다”면서 “중동 지정학적 요인이나 최근 금리 상승, 달러 강세가 지난해 8~10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며 투심을 급격히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8~10월 3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13.5% 하락한 바 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에도 서부텍사스유(WTI) 등 국제유가가 80달러 대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1360원대까지 내려선 가운데, 글로벌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강(强) 달러’ 현상에 익숙해진 외국인 투자자가 ‘환차손’ 우려만으로 국내 증시를 떠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선물매도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 역시 반등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이후 6조1000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선물매도세가 코스피 2600선 하향 이탈을 야기한 주요인”이라며 “미국 단기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가 0.8을 상회했다는 점은 단기 위험회피 시그널이 정점을 통과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20일 기준 대미(對美) 수출이 대중(對中) 수출액을 웃돈 가운데 7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 확실시되며 국내 증시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5월 증시에 대한 강세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따른 고환율 리스크를 무역수지 개선세가 상쇄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용 이외에 레거시(범용)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 역시 갈수록 개선되는 만큼, 국내 시총 최상위에 위치한 주요 반도체주 중심의 반등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잇따른 1Q 실적에 주가 향방 갈릴 듯…“美 FOMC·中 경기 반등 주목”
다음 달 주가 흐름을 점칠 수 있는 첫 번째 변곡점으로 전문가들은 오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를 꼽는다. 이미 6~7월에서 이르면 올해 9월로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대한 전망이 뒤로 밀리고, 예상 인화 횟수 역시 감소한 것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 속에 예상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확인될 경우 더 큰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3월 근원(core) PCE 둔화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심리가 진정, 코스피 지수의 기술적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면서 “채권 금리 하향 안정세에 힘입어 성장주로 순환매가 전개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2780 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탓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이 오히려 5월 증시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강 연구원은 “다음 달 중 예정된 2차 밸류업 세미나 현장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추진 등) 그동안 구체화한 세제 인센티브 외에 투심을 자극할 만한 유인책이 발표될 경우 주가엔 즉각 호재로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5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2500~2800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어질 주요 종목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변수란 분석도 있다. 강 연구원은 “(반도체·자동차·유틸리티 등) 대형주가 몰린 주요 섹터들에 대한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제시된 상황”이라며 “실제 성적표가 기대치 수준에 머물거나 하회할 경우 곧장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중국 등 국내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국의 경기 전망 역시 변수다. 이 연구원은 “5월 중순 발표가 예정된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 모멘텀이 둔화하거나 ‘마이너스’ 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심리 등이 작동하면 하락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5월 중순까지는 반도체, 인터넷, 2차전지주 등에 대한 순환매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