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5일 유류분 제도 위헌성 여부 선고
가수 고(故) 구하라씨 사건 이후 논란 촉발
[헤럴드경제=이용경·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산과 관련해 유언의 효력을 제한하는 민법상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해 25일 결론 내린다. 이미 2010년과 2013년 사이에 총 세 차례에 걸쳐 유류분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한 헌재는 지난해 처음으로 유류분 제도와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때문에 유류분 제도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헌재가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조 등 위헌제청 사건 및 위헌소원 사건들에 대한 선고기일을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위헌 심판대에 오른 유류분 규정은 민법 제1112조에서 제1118조까지 명시돼 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망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상속분을 의미한다. 즉 망인이 제3자에게 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들은 최소한의 상속분으로서 유류분을 받을 수 있다.
자녀와 배우자에게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부모와 형제자매에게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특히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2019년 사망한 뒤 20년 넘게 소식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유류분 제도에 대한 논란이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 논란 이후 국회에서는 유류분 요청 권한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제20대 국회에서는 회기만료로 폐기됐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 법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2월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안으로,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하는 등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다만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 시점인 오는 5월 29일까지 통과가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5월 17일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해 민법 1112조 등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었다.
당시 청구인 측은 유류분 제도의 입법 목적이 “유족의 생존권 보호, 상속재산 형성의 기여에 대한 보상,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보장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시대의 변화와 핵가족화, 평균수명의 연장, 여성 지위의 향상과 남녀평등 실현 등에 따라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는 상속권에 우선한다”며 유류분 제도는 상속개시 당시 남아있는 잔여 재산만 상속 대상이 된다는 상속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류분 제도의 필요성을 옹호한 법무부 측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는 동시에 피상속인 사망 후에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을 확보해 유족들의 생계의 기초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며 “청구인의 재산권이라는 제한되는 사익이 유류분 제도로 인해 달성되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및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보상이라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한다”고 맞섰다.
헌재는 2010년 4월, 같은 해 12월, 2013년 12월에 유류분 제도에 관해 합헌 결정했다. 다만 이번에는 헌재가 유류분 규정에 대한 공개변론까지 열었던 만큼, 기존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대 환경과 국민정서가 달라진 만큼 헌법불합치 등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