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입주자에 버스 기증

“단지 가치 높이고 유용” VS “애물단지” 팽팽

입주 선물이라더니 돈먹는 하마…아파트 셔틀버스 어쩌다 이지경 [부동산360]
통학버스 타는 어린이들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4년차 A아파트는 최근 입주민 전용 버스 매각을 진행했다. 시공사가 입주 당시 입주자 전용 버스 구입 및 통학 운영 용도로 지원금 1억원을 제공했지만, 이 금액이 채 3개월도 안 돼 소진됐기 때문이다. 해당 버스는 결국 입주민 투표 거쳐 매각처리됐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입주민들을 위한 전용 버스를 기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사들은 단지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2~3대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전용버스는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주로 역과 거리가 먼 단지 또는 학교 또는 병원을 오가는 학생, 노인들이 많은 단지에서 운영된다.

수요가 많은 단지의 경우 입주민 전용버스 활용도가 높다는 평이 나온다. 단지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전용버스를 도입을 추진하는 단지도 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한 15년차 단지의 경우 지난달부터 입주민 전용버스 도입을 위한 주민 투표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입주민 전용버스는 운영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아 갈등의 시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기름값과 버스기사 급여, 보험료 등이 비용으로 쌓이면서 입주자 공동 부담 금액이 불어나자, 전용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입주자들이 불만을 표출해서다. 한 지방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은 “셔틀버스 이용하지 않는데 공동 부담 금액만 늘어나니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에 전용버스 운행을 멈춘 사례도 목격된다. 대구 한 아파트는 지난 2021년 과다한 운영 유지 비용 및 노후화로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셔틀버스 운행을 멈춘 단지도 있다. 셔틀버스 업체 선정이 두 차례나 유찰된 남양주 한 단지 입대의 회장은 “셔틀버스 운영 업체에서 아파트 견적에 맞는 버스와 기사 수급이 어렵다고 알려왔다”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 전용버스 운영을 도맡겠다고 나선 건설사 또한 비용 부담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양주 한 단지에서 지난해 입주 때부터 인근 초등학교를 오가는 통학버스 2대를 지원 중인 B건설사는 올 초 ‘연말까지만 통학버스를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입대의에 보냈다.

입주민 전용버스를 운영 중인 한 수도권 단지 입대의 관계자는 “입대의에서 버스를 운영하면 운영비 부담이 점점 커져 결국 버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단지들이 많다”면서 “이용 수요가 많다면 건설사에서 버스 구입용으로 제공하는 비용을 현금으로 받은 뒤, 위탁업체를 통해 운영 기간을 늘리는 방향이 합리적”이라며 “현 시점만 고려할 게 아니라 추후 비용도 계산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