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밀렛은 식량위기 대체 작물”
국내 기능성 ‘밀렛’ 신품종 개발 활발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식량위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기능성 ‘밀렛(Millet)’ 품종이 주목받고 있다. 밀렛은 조, 수수, 기장 등 볏과에 속하는 기장족(Paniceae) 식물을 통칭한다.
유엔(UN·국제연합)은 밀렛을 기근과 식량안보 불안을 해소할 대체 작물로 소개한다. 지난 2023년을 ‘세계 밀렛의 해’로 지정하며 그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밀렛은 단백질·비타민·항산화물질이 벼, 밀, 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보다 풍부하다. 뛰어난 영양소를 가진 ‘슈퍼곡물’로 재조명받는 이유다. 게다가 다른 곡물보다 재배 기간도 짧다. 벼보다 물 사용량이 적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국내에서도 밀렛 신품종의 개발이 활발하다. 예로부터 조, 기장, 수수를 즐겨 먹은 한국인에게 밀렛은 익숙하면서도 중요한 곡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잡곡’ 외에 밀렛을 별도로 구분하는 이름이 없다.
밀렛에 해당하는 수수 신품종으로는 지방축적 억제 기능이 뛰어난 ‘고은찰’이 있다. 농촌진흥청 실험 결과 고은찰은 지방전구세포(새로운 지방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약 75% 억제했다. 기존 소담찰 품종보다 비만세포 억제 효능이 8.6% 높다. 고은찰은 수확량이 이전 품종보다 많으면서 비만 예방 효능을 가진 기능성 신품종이다.
칼슘 함량을 높인 조 품종도 나왔다. ‘핑거 1호’는 칼슘 함량이 일반 조 대비 15~17배 높다. 골다공증과 고혈압 예방에 좋은 품종으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고혈압을 유도한 국내 쥐 실험에서 ‘핑거1호’ 추출물을 8주간 먹인 쥐는 대조군보다 혈압이 약 20% 낮아졌다. 이는 고혈압 치료약으로 쓰이는 캅토프릴(captopril)의 효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장 신품종 중에서는 탈모 예방에 품종도 있다. 흑자색 기장인 ‘올레찰’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레찰에는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밀리아산 성분이 외국산 대비 2배 이상 들어있다.
팥 신품종인 ‘홍주’는 기존 품종 대비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약 150% 높다. 플라보노이드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앚을 낮추는 데 이로운 항산화물질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국내 소비량이 많은 주요 밭 식량작물 중심으로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 밭작물 25품종이 신품종으로 육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