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개미, 외국인 버금가는 ‘큰손’
지난해부터 月평균 3.4조원 순매수
다시 힘받는 6월 금리 인하 관측
WGBI 오는 9월 편입 전망도 기대요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채권개미(채권 개인투자자)’들이 올 들어 11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기관 못지않은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오는 6월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관측에 다시 힘이 실리면서 장기채를 집중 매수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도 연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채권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6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장외에서 순매수한 채권은 11조601억원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3조8908억원) ▷2월(4조2464억원) ▷3월(25일까지·2조9258억원) 순이다. 외국인(11조2705억원)이나 보험(5조6432억원)들의 순매수 규모와 비교하면 개인이 무시할 수 없는 채권 거래 주체가 된 것이다.
개인들의 투자 규모는 2022년 1분기까지만 해도 한 달에 1조 원이 채 안 돼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그러다 채권투자 열풍을 타면서 지난해부터 월 평균 3조4000억원대의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올해에도 채권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채권개미의 국고채 투자 수요도 상당하다. 올 들어 개인들은 국채를 3조343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금융채(3조3214억원), 회사채(3조21억원)을 사들인 규모보다 큰 수준이다. 전체 채권 순매수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국채와 금융채는 각각 30% 수준이고 회사채는 약 27% 규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 공백 속에 그간 은행·공사채의 발행이 줄다가 점차 늘어났음에도 시장은 물량 부담을 원활하게 소화하는 중”이라며 “분기말 자금흐름상 불리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시중유동성상황을 기반으로 신용스프레드의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금리 막차’를 좇으려는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장기채가 주목받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 1위는 30년물인 국고 20-2으로, 이는 채권개미가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개인들의 보유 잔고는 3조6203억원에 달한다. 20년물인 국고 19-6 역시 3조원(3조171억원) 넘게 갖고 있다.
오는 6월께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장기채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에 투자하면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여기에 더해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 횟수도 미 연준이 시사한 3차례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연내 한국의 WGBI 편입 전망도 시장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WGBI 편입이 이달에는 어렵겠지만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서 오는 9월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의 국채 매수세로 인해 WGBI 편입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이 최종 편입에 성공하면 외국인이 쥐고 있는 원화채권의 37%인 최대 93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스라엘, 멕시코 등 WGBI 신규편입 사례 등을 살펴보면, 편입 결정 3~6개월전부터 편입 기대로 사전 유입된 외국인 매수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