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과당, 조기 사망 위험 높여”
비만·지방간·노화 촉진 요인 지목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하루 한 번씩 더 먹을 때마다 조기 사망 위험 상승.”
지난해 영국의학저널지(The BMJ)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진의 논문이다. 연구진이 18년 동안 제2형 당뇨 진단을 받은 1만548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당 음료’를 마시는 빈도가 하루에 한 번씩 추가될 때마다 조기 사망 위험이 8% 높아졌다.
반면 가당 음료를 건강 음료로 대체했을 때 조기 사망 위험은 18% 낮아졌다. 또 가당음료를 물로 바꾸면 조기 사망 위험이 23% 떨어졌고, 차는 21% 감소했다.
연구진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가당음료는 일상에서 쉽게 자주 마시는 대표 식품이다. 콜라, 핫초코, 달콤한 라떼는 물론 스포츠음료와 레모네이드를 비롯해 심지어 건강식으로 챙겨 먹는 일부 과일주스까지 해당한다. 소비자에게는 비교적 ‘건강’에 대한 인식이 낮지만, 의학계는 과다 섭취 시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연구가 발표된 지 몇 개월 후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서 관련 연구를 보고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이 50~79세 여성 9만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매일 1개 이상의 가당음료를 마시는 여성은 한 달에 3잔 이하로 섭취하는 여성에 비해 간암과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78% 높았다”고 밝혔다.
가당음료의 위험성은 악명 높은 설탕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체인 설탕보다 ‘액체’ 상태인 액상과당이 우리 몸에서 흡수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혈당을 더 급격하게 빨리 올린다.
박경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다수 음료수에 들어가는 액상과당 성분은 과다 섭취할 경우 비만뿐만 아니라 지방간 등 여러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가당음료는 노화 촉진의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국내에서 노화전문가로 유명한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노화 지연의 가장 중요한 시작은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흰 빵, 설탕, 시럽 등에 자주 노출되면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가장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정제 탄수화물을 ‘액체’ 상태로 마시는 것을 꼽았다.
최근 열풍인 ‘제로 칼로리’ 음료는 어떨까. 설탕과 열량도 없지만, ‘단맛’이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나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설탕은 물론, 인공감미료를 통해 ‘단맛’을 탐닉하는 행위 자체를 완전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지난 2014년 가공식품의 하루 섭취량을 50g에서 25g으로 줄이는 권고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