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들어 팔던 삼성·LG 콘텐츠 확보 총력

자사 고유 플랫폼 통해 콘텐츠 서비스 확대

광고보는 대신 영화·드라마 등 무료로 제공

넷플 너무 비싸죠? 여기서 공짜로 보세요…TV 팔던 삼성·LG의 유혹 [비즈360]
LG전자는 ‘LG채널’이란 이름으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신 ‘인공지능(AI) TV’를 나란히 출시하며 맞붙은 가운데 TV를 넘어 TV에서 선보일 콘텐츠를 두고도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TV를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양사는 자사 TV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콘텐츠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일제히 요금을 올린 상황에서 TV 제조사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OTT 해지를 고민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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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V플러스에서 즐길 수 있는 CJ ENM 전용관 채널. [삼성전자 제공]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TV플러스’, LG전자는 ‘LG채널’이란 이름으로 각각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해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구독이나 결제 없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각 사의 고유 서비스다. 삼성과 LG는 자사 스마트 TV에 이 서비스를 기본으로 탑재해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유료 케이블 TV 요금이 비싼 북미와 유럽에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신 콘텐츠는 아니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각 사의 서비스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단연 콘텐츠가 꼽힌다. 계속 사용자를 붙잡아두려면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TV플러스는 서비스 시작 10년차를 맞은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서 2500여개 채널을 선보였다. CJ ENM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1988’ , ‘유퀴즈 온더 블록’ 등을 서비스 중이다. 벅스뮤직의 플레이리스트 서비스 ‘에센셜(Essential)’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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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 TV에 탑재된 ‘삼성TV플러스’로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진은 삼성TV플러스의 뉴스 채널.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2024년형 TV 신제품 출시 기념행사에서 “삼성TV플러스 내에서 과거 화제의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모으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미국의 유명 토크쇼인 ‘코난 오브라이언쇼’를 국내 콘텐츠 서비스로는 처음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KT알파와 협업해 선보인 영화 VOD 서비스에서도 현재 200여편 수준인 영화를 1000여편으로 연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5년부터 모든 LG TV에 LG채널을 탑재한 LG전자는 지난해 3월 기준 전 세계 28개국에서 3500여개의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LG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을 만큼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에서 LG채널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LG전자는 인도가 약 14억명의 인구에 22개 공용어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영어·힌디어·텔루구어·벵갈어 등 8개 언어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열이 높은 점을 반영해 키즈 채널과 영화 채널까지 추가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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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업그레이드된 LG채널 3.0 홈 화면. [LG전자 제공]

이밖에 미국에서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의 미식축구와 농구 경기를 제공하고, 유럽에서는 인기 OTT ‘라쿠텐 TV’의 영화와 드라마를 업데이트하는 등 인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처럼 TV 제조사들의 콘텐츠 확보 경쟁이 비단 삼성·LG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TV업체 비지오도 자사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스마트캐스트’로 꾸준히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비지오는 스마트캐스트에 가입한 계정이 1800만개 이상, 광고주는 500곳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지오는 이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을 빠르게 키웠다. 비지오의 이러한 사업을 눈여겨 본 ‘유통 공룡’ 월마트가 최근 비지오를 3조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TV 제조사들이 영역을 넘어 직접 콘텐츠에까지 손을 뻗은 것은 그만큼 시장 성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시장은 2019년에서 2023년까지 4년 사이 20배 성장했다. 나아가 올해 약 9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1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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