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포르투갈, 부유층 외국인 혜택 폐지
UAE·모나코·이탈리아 등 5개국 등 대안으로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영국과 포르투갈 등이 부유층 외국인에게 주던 세금혜택을 폐지하면서 억만장자의 눈이 새로운 조세회피처로 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외국인 조세 혜택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외국인에게 영국에서 벌어들인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하고 다른 나라에서 축적한 재산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준다. 이 혜택을 폐지하면 연간 30억파운드(약 5조709억3000만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고, 이 돈을 내국인에 대한 감세 재원으로 사용해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 올린다는 게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포르투갈도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부터 외국인 특별세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숙련 기술자 등 외국인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들이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영국, 포루투갈이 외국인 부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한 가운데 이탈리아, 앤티가바부다, 아랍에미리트(UAE), 모나코, 싱가포르 등이 조세회피처로 주목 받고 있다며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2017년 세금 감면 혜택을 도입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외국인은 2021년 2배 이상 증가해 1300여명이 넘는다. 신규 이민자의 경우 연간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의 수수료를 내면 소득세를 면제받고, 2년 미만 거주했더라도 이탈리아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한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로 런던을 떠나는 금융 종사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거주지로 밀라노가 부상하며 고급 주택 등 부동산 시장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영국과 포르투갈이 외국인 세금 감면 제도를 폐지하면서 이탈리아가 미국과 중동 부자들의 조세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산 컨설턴트들은 전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인 앤티가바부다는 부유세나 상속세가 없으며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나 자산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짜리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정부에 10만달러(약 1억3340만원)를 기부하면 투자자와 그의 가족 4인까지 시민권이 부여된다. 대신 5년간 투자를 유지해야 하며, 시민권 취득 후 첫 5년간은 매년 최소 5일을 앤티가바부다에서 거주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개인소득세, 자본이득세,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연간 37만5000디르함(약 1억344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과세율이 9%밖에 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자랑한다. UAE는 최근 기업가와 엔지니어 등 장기 거주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늘렸다.
유럽 부호들이 주로 선호하는 모나코 공화국은 소득세가 없다. 1869년부터 모나코는 거주 국민에게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모나코에서 영주권을 따려면 모나코 은행 계좌에 최소 44만파운드(약 6억4000만원)를 넣어놔야 한다. 모나코는 현지 기업이 내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없애고 법인세 또한 부과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거주 외국인의 개인소득세율을 22%로 제한하고 있고 기업 법인세율은 17%에 불과하다. 또한 상속세와 이중 과세도 부과하지 않아 중국 부자들의 이민처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부동산 취득세에 대해서는 외국인 구매자에게 60%까지 높여 세계 최고 세율이 됐다.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 자료에 따르면 500만달러(약 67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외국인 구매자는 기타 부담금을 포함해 65%의 세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