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8만205건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8만건 넘어서

아파트 거래량 반등에도…아직 시장 회복 판단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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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 가까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세로 전환됐으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여전히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매매 기준)는 8만205건으로 집계됐다.이는 연초(7만3929건)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지난 6일 8만149건을 기록하며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8만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는 건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매수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급매물만 찾는 반면, 매도자는 급매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올해 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456건으로 전월 동기와 비교해 37.2%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2983건, 11월 2417건, 12월 1790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작년 11월 수준으로 회복됐다. 시중 금리가 인하되고,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등으로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했지만 매물이 쌓이고 있어 본격적인 시장 회복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지적한다. 최저 연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공급 규모가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작고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 영향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돼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매수자의 자금 여력이 줄어들었다”면서 “매수자는 DSR 적용을 받으면서 살 수 있는 집에 한계가 생겼고, 아파트를 매매할 것인지 전·월세로 들어갈 것인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강남이나 송도·동탄 등 호재가 있는 지역의 거래가 회복되면서 매도인들은 집값을 낮추지 않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접점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적체가 해소될 여지가 있다. 윤 팀장은 “서울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분양가까지 치솟고 있다”며 “실수요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구축 아파트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상승세가 이어져 주거 불안이 가중되면 결국 기존 아파트 매수를 고려하는 실수요자가 증가해 거래량 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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