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움직일 수 없었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지난 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통신회사 EXEO 행사장. 생리통 체험에 참여한 시바사키 마사야(26)씨는 전기 자극 기계를 부착하자 괴로워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이제 여성들이 매달 이 고통과 싸우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며 “여성들이 어떻게 통증을 참고 일할 수 있는지 놀랍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EXEO는 남성 직원들이 여성이 겪는 생리통을 이해하는 ‘생리통 체험 행사’가 열었다. 생리통 체험에는 ‘페리오노이드’라는 기기를 이용했다. 배꼽 아래에 부착한 패드를 통해 전기 신호를 보내 하복부 근육을 자극하고 경련을 유도한다.
생리 체험하니 “여자들 고통 이해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회사 측은 “남직원들 90%이상이 여자 직원들이 생리 휴가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이 이런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여성의 근무 환경이 그만큼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일본 기업들은 법적으로 여성의 생리 휴가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유급 휴가에 대한 의무는 없다”며 “여성 직장인 약 절반 정도가 생리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여성 직원들이 겪어야 하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두껍다. 마이니치신문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일본 순위가 한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29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여성의 사회 참여와 관련된 10개 지표를 바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유리천장 지수를 평가하고 있다.
일본, 여성 임직원 비율 최하위…한국은?
일본은 지난해 27위였던 터키를 앞질렀다. 1위는 아이슬란드, 2위 스웨덴, 3위 노르웨이 등 상위에는 북유럽 국가들이 줄을 이었다. 그 밖에 5위 프랑스, 19위 영국, 22위 미국 등 순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여성 관리직의 비율에서는 일본은 14.6%로 최하위다. OECD 평균의 34.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체코는 여성 관리직 46%를 여성이 차지해 2018년 24.8%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일본은 여성 임원 비율은 18%로 3위를 차지했지만, 남녀 소득 격차는 컸다. 여성이 남성보다 21.3% 적었다.
한국을 일본보다 순위가 더 낮다. 한국은 선진국 29개국 가운데 12년째 ‘여성이 일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10개 지표 중 7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특히 남녀 소득 격차 항목은 31.1%였다. 28위인 이스라엘보다도 9.2%p나 높았다. 29개국 평균은 11.9%였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7위였다. 노동 시장에 참가 중인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17.2%p 낮으며, 이탈리아(18.2%p)와 튀르키예(38.3%p)가 뒤를 이었다. 관리직 여성 비율은 16.3%로 일본(14.6%)에 이어 28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