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상가·업무시설용지 연체대금 급증
상가 매력도 하락에 용지 공급도 차질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 건설사 등에 매각한 상업용지 등의 분양대금 연체금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건설업계의 연체대금은 건설경기 악화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등에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상가 분양이 옛날처럼 원활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용지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토지매각대금 연체액은 6조9281억원(4195필지)이다. 이 같은 연체대금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중 공동주택용지 연체대금이 1조5000억여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업·업무시설 등 기타 용지 연체액은 5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LH는 공동주택용지 외 기타 용지별 연체대금 규모는 별도 분류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 중 상업용지 연체액만 4조원대로 추정된다”며 “주택보다도 상가 업종이 힘든 상황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체대금 규모는 대외 변수에 따른 전체 건설업 불황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여파에 분양 경기가 나빠지고 PF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 것이다. 상가용지도 공동주택과 동일하게 PF 대출을 일으켜 개발하는데, 웬만큼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융권에서 대출을 내주지 않는 분위기다. 선종필 상가레이다 대표는 “계약금, 일부 사업비만 준비하고 나머지 사업비 및 토지 잔금을 PF로 해결한 뒤 분양으로 갚아오는 식이었는데, 이런 시장의 구조가 깨진 것”이라고 짚었다.
한때 LH가 공급하는 택지는 분양만 받으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로또’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토지금액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다. 특히 상가 분양이 어려워지며 용지 공급 과정 자체도 수월하지 않은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마케팅이 활발해지자 자연스레 오프라인 상가의 수익률은 감소하고, 상가 시설 개발 매력도가 떨어져서다. 선 대표는 “LH에서 공급하는 상가용지는 일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보다도 훨씬 대규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근린상업 업종이 들어간다”며 “최근 분양가는 높아지고, 자영업 경기는 악화되며 직접 방문해야 하는 제한적 업종 상점 외에는 (수익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 입장에서도 (상가 분양) 리스크가 커지며 과거처럼 쉽게 속도내지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LH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토지매각 연체대금 증가뿐만 아니라, 미매각 토지도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10 대책에서 ‘토지 리턴제’를 연장 시행하고 대상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토지 매수자가 원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제도다. LH 관계자는 “대금 납부 조건 완화, 토지리턴제 확대 시행 등 판매조건을 완화해 매각을 촉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