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매출 221억弗·EPS 5.16弗…시장 전망치 7.2%·11.2% 상회
올해 2~4월 매출 가이던스 240억弗…시장 전망치 8.3% 웃돌아
젠슨 황 “가속 컴퓨팅·생성형 AI 산업은 현재 ‘티핑 포인트’…여전히 과소평가 중”
美 ‘AI5’ 종목 시간 외 상승 중…韓 증시 AI 관련주도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AI 개발-투자 붐에 힘입어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0월~올해 1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과도한 수준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시장 전망치마저 훌쩍 넘어선 결과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2~4월) 매출 가이던스(기대치) 마저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수치를 제시하며 고속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생성형 AI’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폭발적 변화 순간)에 접어들었다며 글로벌 AI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그린 점은 투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이어졌던 ‘AI 랠리’에도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221억弗·EPS 5.16弗…시장 전망치 7.2%·11.2% 상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에 매출 221억달러(29조5035억원), 주당 순이익 5.16달러(6889원)를 기록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매출 전망치 206억2000만달러 대비 7.2%, 주당 순이익 전망치 4.64달러 대비 11.2% 웃돈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뛰었고, 순이익도 122억8500만달러(16조4005억원)로 전 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769% 급등했다.
부문별로 봤을 때 엔비디아의 매출을 이끈 ‘효자’는 1년 전보다 265%나 증가한 서버용 AI 칩이었다. 서버용 칩인 ‘H100’ 판매 호조가 눈에 띄었다. 특히 서버와 관련된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409%나 증가한 184억4000만달러(24조6174억원)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포함한 게임 부문의 매출은 전년 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이 시행한 대(對) 중국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매출이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전반적인 호실적에 비하면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다.
젠슨 황 “가속 컴퓨팅·생성형 AI 산업은 현재 ‘티핑 포인트’”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어닝콜에서 시장이 ‘과거’ 수치보다 더 주목한 점은 엔비디아의 ‘미래’ 수익에 대한 부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전망치 221억7000만달러(29조5748억원)를 8.3%나 웃도는 240억달러(32조160억원)를 제시했다.
어닝콜에 직접 참석한 젠슨 황 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 산업은 현재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AI 산업으로 전환 과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젠슨 황 CEO는 시장이 여전히 AI 산업과 관련해 “과소평가(underestimated)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AI 칩 관련) 공급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폭발적 수요로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공급 제약은 1년 내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규모가 5년 내 2배 넘게 커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이어 젠슨 황 CEO의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투심 역시 반응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739달러까지 올라섰던 엔비디아 주가는 차익 실현 매물과 실적에 대한 경계 심리 탓에 2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674.72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장 종료 이후 실적 발표와 어닝콜에 투심이 반응하며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743.98달러까지 치솟았던 엔비디아 주가는 미 동부시간 21일 오후 7시 기준 8.34% 오른 730.81달러에 거래 중이다.
“엔비디아 호재, 글로벌 AI 투자 붐 전체 상승 재료로 작용”
미 월가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지금까지 기록한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데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를 적은 상황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 55명 중 43명이 엔비디아 주식에 대해 ‘매수(Buy)’ 의견, 8명이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내놓았다. 전체 92.7% 분석가가 모두 엔비디아 주식을 더 사라고 권하고 있는 셈이다. ‘보류(Hold)’ 의견은 4명에 불과했고, ‘비중 축소(Underweight)’와 ‘매도(Sell)’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 멜리우스리서치(750→920달러), UBS(580→850달러), 미즈호(625→825달러), 서스퀴하나(625→850달러)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일제히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생성형 AI에 이어 온디바이스(On-Device) AI 관련 산업도 고(高)성장 궤도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며 “AI 반도체 관련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주가 호재는 글로벌 AI 투자 붐 전체에도 상승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파급 효과 탓에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두고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급 실적 발표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발(發) 훈풍은 곧바로 새로운 미 증시 주도주로 불리는 ‘AI5(엔비디아·MS·TSMC·브로드컴·AMD)’에도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MS, TSMC, 브로드컴, AMD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1.48%, 3.94%, 2.25%, 3.96% 상승 중이다.
AI 붐에서 한 발 떨어진 것으로 평가,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텔마저도 MS가 자체 개발한 AI칩 생산에 나선 점은 글로벌 AI 투자 붐의 불길을 더 크게 지필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전략을 발표하는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당초 계획됐던 2025년부터 앞당겨진 올 연말부터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18A)의 양산에 들어간다.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데 이들 두 회사가 내년 2나노급 공정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의 계획대로라면 삼성전자와 TSMC를 앞지르는 것이다.
한편, 엔비디아발 AI 훈풍에 힘입어 22일 장 초반 국내 AI 반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도 일제히 오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9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3.15%), 삼성전자(0.41%), 한미반도체(3.07%), 이수페타시스(5.53%), 하나마이크론(1.36%)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ISC(2.05%), 이오테크닉스(0.52%) 등이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