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비중 전년 대비 3%p 올라

전세사기 피해자들, 강제경매 셀프낙찰 영향

2030 강제경매 주택 매수 비중 역대 최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매각 공고가 붙어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강제경매로 매각된 주택을 매수한 2030세대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2030 매수 비중 증가폭 역시 예년보다 높았다.

21일 대한민국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강제경매로 매각된 집합건물을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2030 비율이 또다시 늘었다.

지난해 강제경매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총 4748건인데 381건을 20대가, 1201건을 30대가 매수했다. 즉 총 33.3%(1582건)가 2030세대인 것이다. 이같은 2030 비중은 등기정보광장에 데이터가 쌓인 2010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강제경매로 나온 집합건물을 매수하는 2030세대 비중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다. 2010년대 중반 이후인 2016년(25.7%), 2017년(26.7%), 2018년(27.7%), 2019년(28%), 2020년 (29.2%), 2021년(29.8%)에 매년 1%p(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했다. 그러다 2022년 30.3%로 30%를 처음 돌파했고 지난해는 33.3%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2030세대 강제경매 매수 비중이 3%p나 상승하며 크게 오른 데는 2022년 중순부터 본격 시작된 전세사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 기준 전국의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건수는 1만944건이며 피해자 73%는 2030세대로 나타났다. 30대가 48.2%로 가장 많고, 20대(24.8%), 40대(15.7%) 순이었다.

통상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임차인은 임차권 등기 명령과 함께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을 때는 강제 경매집행에 들어간다. 문제는 비아파트 수요 급감으로 전세보증금 이상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드물어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이 ‘셀프낙찰’을 받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수도권 오피스텔에 전세로 거주하다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집주인 자산이 없어 지난해 해당 오피스텔이 강제경매까지 넘어갔다”면서 “입찰가가 전세 보증금까지 떨어지면 낙찰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제경매는 대부분 연립, 다세대와 같이 빌라가 많다”며 “매수인 가운데 젊은층 비율이 높다면 임차인들이 매입한 영향이 클 걸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아파트 시장은 전세·매매 시장 모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깡통전세’ 우려에 더해 지난해 7월 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요건(공시가격의 150%→126%)이 까다로워지면서 전셋값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빌라 전세가율은 평균 68.5%로 전년 같은 기간 78.6% 대비 10.1%포인트 떨어졌다. 전세가 힘을 못쓰자 매매가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87%를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