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고령층 대상 금융범죄, 민관이 함께 예방책 마련해야

올해부터는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때 은행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은행 19곳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시행과 사고피해에 대한 자율배상 기준의 이행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이용자의 중과실로 간주해 배상받지 못했던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의 자산을 보호하는 제도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된다. 사후보완책이긴 하지만, 참으로 다행인 소식이다. 은행으로서는 범죄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손해를 막기 위해 FDS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범죄 피해 예방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그렇지만 딥페이크, 전화번호 변환기 등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 방법이 더 다양해지고 예방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와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지난해 상반기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의 피해금액은 전체의 46.7%(673억원)에 달했다. 이어 50대가 477억(33.1%)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사회경험이 부족한 20대 청년층의 경우 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억원이 늘었다.

해외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고령층 금융착취범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무역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투자 사기로 인한 손실은 2021년 18억 달러에서 2022년 38억 달러로 2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민관이 합동하여 선제적인 예방책을 도입했다.

구성원은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재무장관, 법무장관, 소비자금융보호 국장, 소매업·통신·송금서비스·디지털 금융서비스 업체 및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다. 이들은 고령층 사기방지 자문그룹을 구성하고 자문 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고령층 투자자에 영향을 주는 금융사기 행위를 식별하고 적발하는 기술과 전략을 개발 및 활용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산업의 경계 없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개최된 세계 최대 핀테크 콘퍼런스인 ‘머니(Money) 2020’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세션이 있었다. 정부 당국 관계자, 빅테크 기업, 전통적인 금융회사부터 투자회사 및 핀테크 기업 모두가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 각종 인공지능(AI) 기술들과 금융범죄, 정책에 대해 실질적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이해관계자를 나눠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벽을 허물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좀 더 밀도 높은 협력이 필요하다. 기술은 IT회사가, 금융은 금융회사가, 정책은 정부가 모든 걸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데이터와 기술을 이용한 사기와 범죄가 하루가 멀다고 새로 생겨난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하고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과 데이터가 고도화되며, 금융산업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더 소중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50년 뒤 인구 절반이 고령화되는 시대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실무적 해답을 내야 할 때가 아닐까.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