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3배 올려…트럼프 “항소하겠다”
자산가치 조작 민사판결도 앞두고 있어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물게 된 1000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트럼프그룹을 운영하는 부동산 재벌인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하겠지만, 다수의 민형사 소송에 얽혀 있어 재판 결과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벌금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은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잡지 전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330만달러(약 1100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난 26일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인 캐럴 측 변호인이 재판 마지막 날 요구한 액수인 2400만달러보다 훨씬 큰 액수를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책정했다. 8330만달러 중 1830만달러는 실제 피해에 대한 배상액이고 나머지 6500만달러는 징벌적 배상액에 해당한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복적이어서 재산상 손해 외에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크다고 판단하면 부과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은 주마다 다르며 뉴욕은 이와 관련한 특정 규정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에 대한 성추행과 관련해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자신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을 비난하며 거짓으로 몰았지만, 법원은 “캐럴의 주장이 사실이고, 트럼프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트럼프 측이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이에 격분한 캐럴이 1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새로 냈다.
캐럴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성명과 발언을 통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고, 피해자가 협박이나 증오메시지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입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을 말한 것이며, 협박메시지 등을 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재산을 과시하면서도 여러 소송의 법률 비용과 관련, 자기 돈을 전혀 쓰지 않으려한다”면서 “형사 기소와 민사 재판 대응에 드는 변호사 비용과 기타 비용을 지불하는데 자신의 정치자금 모금 창구인 정치활동위원회의 금고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의혹을 최근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여러 계좌에 평결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워싱턴 DC 소재 트럼프그룹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3억7500만달러(약 5017억원)에 매각하는 등 여러 자산을 처분했다.
문제는 이번 평결 외에 다른 재판이 줄줄이 남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결과가 몇주 안에 나온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벌금 3억7000만달러(약 4950억원)를 부과하고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의 사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나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사건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마녀사냥이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판결 모두에 동의하지 않으며 나와 공화당에 초점을 맞춰 바이든이 주도한 마녀사냥에 항소할 것”이라며 “우리 법률시스템은 통제를 벗어났고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건 미국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