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중국어가 쓰인 쓰레기가 80%는 되는 것 같아요”
스티로폼으로 된 통발, 폐그물과 목재, 페트병과 상자들이 널려 있는 제주도 해안가. 가까이 다가가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낯선 쓰레기들이 눈에 띈다.
한자가 빼곡한 상표가 페트병. 중국에서 건너온 쓰레기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중국 어선에서 버린 그물과 어구, 생활쓰레기까지 계절풍과 해류를 타고 제주도에 밀려들고 있다.
바다 쓰레기는 세 가지 경로로 유입된다. 육상에서 오는 쓰레기와 해상에서 오는 쓰레기, 그리고 외국에서 오는 쓰레기다.
육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하천이나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다. 해상기인 쓰레기는 주로 어업 중 발생하는 어구나 생활 쓰레기들이다. 외국기인 쓰레기는 중국 및 일본 연안 등 외국에 의해 발생한 폐기물이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 연안까지 오는 경우다.
섬인 제주도의 특성 상 외국기인 쓰레기는 전국에서 제주도에 가장 많다. 외국에서 떠밀려 온 쓰레기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다. 해양수산부의 ‘외국기인 쓰레기 국가별 비중현황’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외국으로부터 연평균 2000개 이상의 해양쓰레기가 유입되는데, 이중 중국에서 온 쓰레기가 93.5%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오는 해양쓰레기는 겨울철, 제주도 북서쪽 해안에 집중된다. 해류와 계절풍의 영향이다.
해양환경공단 주관의 ‘국가 해안폐기물 모니터링’ 결과 2021년 서귀포시 사계리 해안에서 외국기인 쓰레기는 316개 수거됐다. 2019년 23개에서 2020년 138개로 해마다 2~6배씩 늘어나고 있다.
사계리 해안은 제주도에 위치한 조사대상 구간 3곳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외국기인 쓰레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외국기인 쓰레기가 제주시의 북동부에 위치한 김녕리 해안에서는 71개, 서귀포시 동남부에 위치한 위미리 해안에서 4개가 수거됐다.
실제 중국에서 오는 쓰레기는 더 많다. 제주시 한림읍 일대의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변수빈 디프다제주 대표는 “최근 줍는 쓰레기의 80% 가까이는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온 쓰레기”라고 설명했다.
윤용택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의 해안선은 253㎞인데, 모니터링 대상 지역은 100m 가량인 데다 연 6회 관찰한다”며 “표본 조사 결과를 참고할 수 있지만 실제 해안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쓰레기 중에서도 어구나 그물뿐 아니라 음료수 병과 같은 생활쓰레기들이 눈에 띈다. 중국 어선에서 생수나 차, 소주, 간장 등 각종 식품들을 싣고 나가서 다 먹은 뒤에는 바다에 무단 투기하는 영향으로 추정된다.
제주연구원은 “어선 출항 시 선적된 페트병과 캔류의 50% 내외를 바다에 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어선에 식음료를 선적할 때 신고하는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어선에서 버리는 생활쓰레기는 어느 정도 추적할 수 있지만, 중국 어선들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길범준 해군대학 해양작전학처 교관은 ‘제주 해안의 외국기인 해양쓰레기 추적을 위한 지구관측위성의 활용’ 연구를 통해 “지구관측위성 등을 통해 해안으로 유입되기 전에 경로와 시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