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 vs “다행”…도서정가제 완화 두고 엇갈린 업계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단말기 유통법 폐지, 도서정가제 개선방향 등의 세부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앞으로 웹툰·웹소설 등 전자출판물은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현행 15%로 제한된 도서 가격 할인 한도를 동네 서점에는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의 이같은 도서정가제 개편안에 대해 웹 콘텐츠 업계는 안도하는 반면, 출판업계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반발하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등 전자출판물은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된다. 동네 서점에겐 최대 15%로 제한된 도서 가격 할인 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된 이후에 적용이 가능하다.

도서정가제는 판매 목적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다. 출판물의 최소 제작 비용을 보전해 창작자와 출판사의 의욕을 고취하고 서점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안정화하는 취지로 2003년 2월부터 시행됐다. 도서정가제에 따라 서점은 정가의 10%까지만, 각종 마일리지까지 포함하면 최대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 유지 타당성을 3년마다 검토해 폐지, 강화, 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 vs “다행”…도서정가제 완화 두고 엇갈린 업계

출판계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용수 대판출판문화협회 전자출판 및 정책담당 상무이사는 “현 도서정가제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며 “전자책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웹 콘텐츠를 정가제에서 제외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전자책을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로 해달라는 웹 소설 작가 A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반면 웹툰·웹소설 업계는 도서정가제가 웹 콘텐츠와 맞지 않는 규제여서 개편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자출판물이 일반 도서와 산업구조 등의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데도 일반 도서처럼 도서정가제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제를 받는 건 부당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기나긴 과정을 통해 도서정가제가 웹툰 산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본질이 이해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웹소설 업계도 일단 도서정가제라는 맞지 않는 규제에서 벗어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창작자 보호 방안이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산업인 웹툰·웹소설 성장을 위해 자유로운 할인 프로모션을 허용하고, 웹 콘텐츠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려는 목적에서 규제를 혁신하는 만큼 세부 시행 방안을 다듬어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이번 도서정가제 개선을 통해 산업 성장과 독자 혜택 강화 효과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도록 세부 시행 방안 및 법 개정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