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원과 KB시세 격차 2~3배
서울 아파트값, 부동산원 –2.18%, KB –6.27%
거래량 감소, 조사방식 차이 등이 원인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3.84% 올랐다. 12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3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연간기준 4% 가까이 뛰었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KB시세로 송파구 아파트값은 같은 시기 0.13% 떨어졌다. 몇 개월 반등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상반기 낙폭이 워낙 커 연간 기준으론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오른 걸까 내린 걸까.
지난해에도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부동산원과 민간업체인인 KB국민은행의 집값 통계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시계열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로 –2.18%, KB시세로는 –6.28%를 기록했다. 두 기관 간 격차가 –4.1%포인트나 됐다.
서울은 물론 경기도와 인천을 합한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도 부동산원 기준으로 –4.62%인데, KB시세로는 –8.02%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이 부동산원 기준으로는 –5% 보다 작아 변화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KB시세로는 -10% 가까이 떨어져 낙폭이 꽤 크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고가 주택 거래가 많은 인기 지역일수록 두 기관 간 통계 차이가 컸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부동산원 기준으론 앞서 언급한 송파구 외에 강남구(+0.64%), 서초구(+0.83%) 모두 올랐지만, KB시세 기준으론 강남구(-1.96%), 서초구(-4.02%) 모두 내렸다.
또 다른 인기지역인 성동구도 부동산원 기준으로 보합(0%)이었는데, KB시세론 6.7%나 하락했다.
두 기관 격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에도 컸다. 2022년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7.7% 떨어졌는데, KB시세 기준으론 부동산원의 절반도 안되는 2.96%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 5년간(2017년5월~2022년5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이 부동산원 기준으로 25.79% 올랐는데, KB시세론 62.19%나 폭등해 통계 조작 논란까지 있었던 것과 비교해, 결코 개선된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시세 차이가 발생하는 건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표본 단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3만6000채를 표본으로 정해 조사하고, KB국민은행은 그보다 훨씬 많은 아파트 6만2000여채를 표본으로 삼는다. 표본이 달라 생기는 ‘표본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성 기관마다 통계를 보정하는 과정에서 실거래가 반영률, 정책 및 시황 판단 등을 제각각 적용하는 것도 결과에 차이를 만든다. 부동산원 시세는 실거래가가 더 많이 반영되고, KB시세는 중개업소에 수시로 올라오는 매물 가격(집주인 호가) 변동에 더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민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서울만 예로 들면 월 평균 1000여건 수준의 작은 거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토대로 200만채 가까운 기존 재고 아파트 시세를 매주, 매월 평가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특정 기관 통계를 무조건 맹신하지 말고 통계기관별 시세의 장단점을 이해해 필요에 맞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