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 대형 종목에 대한 올해 실적 전망치가 반도체 종목을 제외하곤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사실상 반도체 ‘독주’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한 달 사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은 14개로 집계돼 전체의 70%에 달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거나 유지된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네이버·카카오·삼성물산 등 6곳에 그쳤다.
코스피 시장 상장 종목 중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전체 종목(216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총합은 236조4120억원으로 한 달 전(238조6790억원)보다 이미 2조2670억원가량 줄어든 상태다.
가령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8조4700억원에서 8조8220억원으로 4.2%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출하 제한’ 전략이 제품 판매가격 인상 효과로 이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삼성전자의 추정치는 34조530억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0.4%), 네이버(0.6%), 카카오(1.9%) 삼성물산(0.7%)도 한 달 전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됐다.
전망치 규모와 상향 조정 폭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 홀로 올해의 실적 기대감을 지탱하는 형국인 셈이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망치가 4조2490억원에서 3조8260억원으로 10% 가까이 낮아졌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전기차 과잉 재고 등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업황 부진과 주요 원재료 투입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이 기간 전망치가 5조1330억원에서 4조7240억원으로 8%가량 낮아졌다.
그밖에 자회사 실적 부진과 업계 경쟁 심화 부담이 있는 LG전자는 추정치가 4.8% 감소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전망치가 1.0%씩 하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하락 기대감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올해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의 수익성과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중요해지는 시점이지만 정작 연초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LG전자 등 주력 IT 대형주들의 잇따른 지난해 실적충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실제 코스피는 올해 들어 첫 거래일 하루를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지난 3∼12일)으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쇼크 이후 4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대부분 업종에서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치뿐 아니라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세가 뚜렷하다”며 “단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