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현물 ETF 출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시간문제”
정부 엄포에도 버티는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국부 유출·투기 수요 우려에 정부 선뜻 나서지 않을 듯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내일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자 ‘한국판 현물 ETF’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 7월부터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내용도 많고, 국부 유출 시선도 있어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이번 미국의 현물 ETF 출시를 계기로 국내도 관련 상품을 출시해달라는 시장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아직 비트코인 관련 ETF 출시에 대해 뚜렷한 방향이나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ETF 출시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비트코인 ETF처럼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성격의 상품일 경우 금융위원회의 방침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특히 가상자산을 금융투자 대상 자산으로의 인정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7월에 시행되는 가상자산 관련 제도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마련했으며 앞으로 2단계 업계를 관할하는 제도 정비가 남은 상태"라며 "아직 제도가 전반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자산으로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나오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보관, 보안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법인계좌를 만든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받아야 해당 원화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 은행들은 법인에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계좌 발급이 금지된 것도 아니지만 은행 입장에선 자금세탁 방지 우려 등을 이유로 잘 내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보수적인 시장 분위기상 비트코인 현물 ETF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도 문제다. ETF는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동성공급자(LP)들이 매수·매도 호가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해당 ETF에 대해 매수 호가를 제출한 LP 입장에서는 매도 포지션을 확보하는 헤지(위험 분산) 거래를 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24시간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LP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선 '국부 유출'이라는 시선도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이 '상품'과 '통화'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공공성 확보와 신산업 육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내 상장 기업의 주식이나 ETF를 사면, 한국 시장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국경과 관계 없이 국제 송금이 가능해 국부유출이라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이 2107년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통화라는 측면에서 자금세탁과 국부유출 방지, 거래 신뢰성 확보, 소비자 보호 등 공공성 제고를 위한 제도정비가 중요하다"는 진단도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 수요까지 뜨거워 정부도 '투기'를 우려해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은 현재 3.8%대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에만 2~3배 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장 코인의 상승을 이끈 주역에 한국을 꼽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거래된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중 원화 비중은 42.8%를 차지했는데, 전 세계 비트코인의 절반을 한국인이 거래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이슈는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ETF와 가상자산이라는 두개의 시장이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클 뿐만 아니라 ETF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번 미국 사례처럼 결국 금융당국도 (현물 ETF 출시 결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