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투·삼성·NH 등 4대증권사 리서치수장 인터뷰
코스피 최대 2750 전망…첫 금리 인하 시점 5·6월 예상
11월 美대선 변수 “통상 선거 한달 전 변동성 증폭”
美경기후퇴 가능성도…“채권 투자 매력 올해도 높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 ‘빅(Big) 4’ 증권사 리서치 조직 수장들은 올해 가장 주목할 종목으로 바이오·인터넷·반도체주(株)를 꼽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증시 과열’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첫 금리 인하 시점은 5·6월경으로 무게를 실었다. 올해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핵심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크고,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도 여전한 잠재 위험이라고 조언한다.
코스피 최대 2750포인트 전망…금리인하 5·6月 예상
7일 헤럴드경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4개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신년 증시 전망을 물었다. 올해 코스피 예상 변동폭(밴드)에 대해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과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의 전망치가 2300~2750포인트로 동일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2200~2750포인트를 예상하면서 의견을 밝힌 3명의 센터장(미래에셋 제외) 모두 올해 증시 최고점을 2750선으로 전망했다.
바이오·인터넷·반도체는 각각 두 명 이상의 센터장이 지목한 유망 종목이다. 유 센터장은 “바이오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비대면 진료, 신약 파이프라인 등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인터넷주에 대해 “근로자와 소비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기업과 AI를 구동하기 위한 IT솔루션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주는 3명의 센터장(미래에셋·한투·NH)이 지목한 종목이다. 이들은 반도체 감산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과 AI기술 발달에 따른 전망 수요 회복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생성형AI의 핵심이자 데이터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고대역대폭메모리(HBM) 성장도 감안됐다.
다만 증시 변동성 국면에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 센터장은 “연준의 ‘고금리장기화(Higher for Longer)’는 올해 시장의 변수가 아닌 상수이며 미국 고용시장 수급 및 질적 환경 둔화는 현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약세 우상향)에서 불 스티프닝(bull steepening·강세 우상향)으로의 금리 환경·성격 변화를 자극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복 경기 불확실성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55.5% 퀀텀점프 전망의 신뢰도와 가시성을 제한하기에 실적 가시성과 모멘텀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건강관리, 비철금속, 조선·기계, 화학, 반도체, IT가전을 주도주로 꼽았다.
4개사 센터장들은 대체로 5·6월을 첫 금리인하 시점으로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예상을 하회한 미국 11월 개인소비지출(PCE)물가를 반영해, 암묵적인 물가목표의 상단 2.5%를 하회하는 시점을 3월로 보면 첫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예상한다”고 했다. 오 센터장은 한국은행은 5월, 미국 연준은 6월부터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라 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3월 또는 5월 첫번째 금리인하가 유력하다”며 “리세션(recession·경기후퇴)이 없다면 4~6회 25bp 베이비스텝 형태로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반면, 리세션이 있다면 빅스텝 인하가 포함되면서 연간 금리인하 폭이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유 센터장은 하반기 2회 인하, 인하 폭은 25bp로 예상했다.
올해 가장 주목할 이슈는 美대선…잠재 리스크는 美경기후퇴
올해 증시 흐름을 좌우할 주요 사안으로 미국 대선이 가장 많이 꼽혔다. 오 센터장은 “미국 대선 후보 공약 관련 수혜는 올 해 여름 정당별 전당대회가 끝나고 하반기 대선 윤곽이 어느 정도 두드러지면 반영될 전망”이라며 “미 대선이 있는 해에는 통상 선거 한 달 전인 10월에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조정 받았던 경우가 다수다. 9월 이후 대선 이벤트에 따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11월 대선을 앞둔 2~3개월전부터 증시 흐름이 부진하고, 시장변동성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트럼트 후보가 강세를 보인다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칩스 등 미국 현 정부의 핵심 정책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연준 금리인하 속도와 강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공조도 체크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잠재 리스크’로는 미국 경기침체를 들었다. 미국 월가에선 뉴욕 증시 낙관론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적한다. 앞서 미 유명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올해 미 정부의 재정 부양책 부족과 연준 긴축 정책의 지연된 효과로 인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소속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고금리 여파가 경제 전반에 걸쳐 있어 경기침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박 센터장은 “미국 리세션 가능성도 아직 배제해서는 안 될 상황으로 보인다”며 “올해 중반경 미국 소비와 일자리 동반 감소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증시 충격 요인이다”고 했다. 오 센터장은 “둔화되는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미국 연준이 금리 정상화 관점이 아닌 경기 침체 인정 관점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 주식 시장이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올해도 매력적 투자처…수출 다변화로 中 경기침체 영향 제한
4개사 센터장들은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은 올해도 높다고 입을 모았다. 박 센터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이례적으로 높은 인플레에 대한 처방이며 인플레 안정에 대한 확신이 강해진다면 과거 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연준은 장기 중립 금리 수준이 2.5%라는 의견을 지속 유지하고 있어, 금리 정상화의 1차적 타깃은 2.5%로 설정할 수 있다. 즉, 이 때까지는 채권 투자 매력이 높은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유 센터장은 “국내에선 부동산PF 리스크와 같이 채권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므로 국공채나 신용 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 정도로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 여파는 수출 비중 감소로 인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미국 수출 비중 차이는 2003년 이후 최소 수준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특히 지난달 기준 한국 최대 수출국은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뒤집혔다. 윤 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내경제 미칠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석유화학, 철강 등 일부 산업은 중국 기업들과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