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파’ 우세였다가 ‘휴양파’ 증가 추세

탈속휴양,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로 실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여행 가서 이런 대화, 어느 그룹이든 한다.

“야, 그만 좀 일어나 씻어. 왔으면 오늘 네댓 곳은 봐야지.”

“아참, 여행 와서 보챌거야, 나 좀 냅둬, 다 못가도 되잖아.”

지인, 친지들과 여행을 가보면 개개인의 여행 취향이 달라 이견이 발생한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부지런하게 새로운 곳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고 체험하려는 ‘탐방파’, 여행지에서 편안히 쉬려는 ‘휴양파’이다.

국내외 여행 풍속도를 종합해보면 최소한 2019년까지, 한국인들은 탐방파가 많았다. 한국인의 여행행태 자체를 아예 ‘유목민(노마드,Nomad)’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여행스타일에 ‘호캉스’가 ‘해수욕’을 위협할 정도로 잠식하더니, 접미사 ‘~멍’을 붙인 ‘불멍’, ‘물멍’, ‘숲멍’ 등 세속으로부터의 탈출과 완전한 무장해제 지향하는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무조적적인 휴양’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속세탈출 휴양, 부지런한 노마드 한국인이 해낼까[함영훈의 멋·맛·쉼]
호텔에서의 디톡스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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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의 옥상은 별자리전망대가 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각박해지는 현대인의 삶, 복잡다단해지는 도시라이프 스타일과 인간관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머릿속 조차 하얘지는’ 백지힐링에 대한 희구가 커진 때문인 듯 하다.

2023년 12월, 2024년 1월 연말연시 우리 국민의 여행 선호도가 궁금해진다.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여행가서 “탐방할래?, 휴양할래?”라고 물으면, 10년 전에 비해 탐방은 줄고, 휴양이 늘어난 결과가 나올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론 여행이라는 말속에 이미 탐방이 지니는 가치가 내포돼 있으므로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도, 깊이, 넓이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관광공사가 각종 여행관련 데이터를 모아 모아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았더니, ‘탐방 못지 않는 휴양의 득세’, ‘탐방하더라도 한 놈만 집중적으로’, ‘완전한 탈속, 나만의 수간모옥’ 등의 경향 변화가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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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여행가서는 좀 쉬기로=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웰니스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은 실증적으로 입증된다.

관광공사의 국내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이하, 숫자는 대부분 두 개 이상을 고르는 중복응답)에 따르면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여행의 관심도가 82.3%에 달했으며, 여행으로 피곤을 해소하는 소비자는 50.6%로 수면(59.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물론 ‘휴식’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있지만 탐방중심주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SNS 분석 결과에서도 힐링-웰니스 테마 연관 검색어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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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곳의 미술관

이곳저곳 싸돌아다니기 보다는, 박물관, 전시, 베이커리 등 단일의 여행 콘텐츠(테마, 활동 등)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도 늘고 있다.

이 원포인트 여행은 특정 방문지, 테마(먹거리, 활동 등)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의미하며, 국내여행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관심사, 취향을 깊이 있게 향유하는 성향이 증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원포인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35.2%를 차지했고,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하는 여행을 희망한다는 비율이 55.4%에 달했다. 일례로 유명한 빵집 방문이 여행의 목적인 ‘빵지순례’의 소셜데이터 월별 언급량은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나만의 그곳= 낯선 여행지에서의 고유한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최근, 이색적이고 숨겨진 관광지를 찾아 인증하는 문화가 확산 증이며, 여행 관련 키워드 중에서도 ’숨다-숨은‘이라는 내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2%가 숨겨진 관광지 찾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숨겨진 여행지 선호도는 숲-산(69.8%), 바다-해안지역(60.8%), 도심의 숨은 명소(55.4%), 지방 소도시(54.0%)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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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그곳

여행 앱을 통해 숙소, 교통, 식당을 스스로 큐레이팅해서 고르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4.3%가 온라인 기반 여행 서비스를 경험했으며, 경험한 온라인 서비스로는 온라인 예약(61.7%), 실시간 여행 정보 확인(56.0%), AI기반 여행 일정 플래너(31.4%) 순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에서도 챗GPT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상품 추천 등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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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하게!

나만의 독특한 여행지 선택, 부대시설 큐레이팅을 했기에, 남들과 차별화되고, 그 결과물 측 나만의 사진을 각종 SNS에 자랑한다.

▶개도 가는 곳= 가족, 친구 등 정형화된 여행 구성원에서 벗어나 반려동물, 혼행(나홀로 여행), 시니어 관광 등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 중 54.6%가 반려동물과의 동반 여행 의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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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이 견통령 강형욱씨를 초청해 진행한 반려가족 여행캠프

통계청 조사결과 연평균 5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 중 50대 이상이 약 30.8%의 비율을 차지하는 등 시니어 관광객의 국내여행 니즈와 여행경험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무장애 관광 환경 조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휴식과 비움(Relax and empty your mind), ▷원포인트(One point travel), ▷나만의 수간모옥(Undiscovered Place), ▷앱을 통한 나만의 여행큐레이션(Travel Tech), ▷장애인,할머니,강아지와 함께 가는 여행(Easy access for everyone)의 이니셜을 따서, ‘루트(ROUTE)’라는 이름으로 2024년 관광트렌드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