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3곳 제품 1.7조→ 2.1조달러
재고 소화에 87일 ‘10년래 최고’
美소비 지출 둔화 우려까지 겹쳐
중국의 수요 부진 여파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조업 재고가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누적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 경제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 퀵팩트셋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조업체 4353곳의 재고는 올해 9월 말 기준 2조1237억달러(약 2782조원)로 팬데믹 전인 2019년 12월 말 1조6576억달러(약 2171조원)보다 28%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2조2014억달러(약 2884조원)로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던 제조업 재고는 기업들의 재고 감축 노력으로 일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2% 증가한 상태다.
제조업체들의 재고 과잉은 심각한 수준이다. 재고를 며칠 안에 소화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일수는 올해 3분기 기준 87.2일로 2분기 이후 제자리걸음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액이 급감했던 2020년 2분기(91.6일)를 제외하면 지난 10년 중 최장 기간이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산업기계의 재고자산회전일수가 112일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계측·제어 등 전자기기도 140일로 최장 수준을 보이고 있다. 조사 대상 40여 개 세부 업종 중 70% 이상의 재고자산회전일수가 전년 동기보다 길어졌다.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쌓이는 것은 중국 내 수요 둔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일본 로봇 제조업체 화낙은 “중국의 설비투자 관망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장 자동화 기기의 재고 조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공업도 “중국 등 부동산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업계 전반적으로 유통 재고가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역시 제조업 경기가 얼어붙었다. 스웨덴 산업기계 기업 샌드빅은 “재고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봤다.
경기가 비교적 호조를 보이는 북미에서도 제조업체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일본 미쓰비시전기는 유통업체 재고가 쌓이면서 에어컨과 가전 부문 매출이 감소했다. 미국 엔진 기업 커민스도 판매 둔화에 직면해 있다.
재고 누적은 기업들의 자금 사정 악화로 이어진다. 조사 대상 중 비교 자료가 있는 4076개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총 9459억달러로 코로나 전보다 42% 늘었으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3752억달러로 24% 증가에 그쳤다. 재고 증가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2500억달러 끌어내렸다.
제조업 과잉 재고가 언제쯤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미국도 소비 지출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재고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재고는 경제 활동의 선행 지표다. 재고 회전 속도가 느린 것은 세계 경제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