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행사장에 세워진 참가국들의 국기를 지나치고 있다. COP28은 이날 개막해 다음 달 12일까지 진행된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전세계 190여개 국가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제 28차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가 3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해마다 개최됐지만 올해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의제들이 많다. 각 국가들이 설정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잘 지키고 있는지 처음으로 확인하는 자리라서다.

또한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도 주요한 의제다. 특히 의장국인 UAE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3배 늘리자는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60여 개 국가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평균 기온이 일시적으로 ‘1.5도 목표’를 웃도는 등 역사 상 가장 뜨거운 해에 열리는 총회인 데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전력 수급 등의 국내 중장기적 정책들도 이번 총회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남성이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COP28은 이날 개막해 다음 달 12일까지 진행된다. [EPA]

올해 COP28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98개 정부대표단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 7만 여명이 참석한다. 역대 교황 중 최초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석이 예정됐으나 건강 상의 이유로 끝내 불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불참을 통보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흐얀 UAE 대통령 등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주목해야 할 의제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다. GST는 8년 만에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중간 평가다. 올해 이후에는 5년 마다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 받아야 한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COP21에서 당사국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사국들은 UN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 제출했다.

각 국의 온실가스 감축 성적은 낙제 수준으로 점쳐진다. 기후변화협약은 지난 9월 사전 보고서를 내놓고 “모든 분야에서 파리 협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당사국이 목표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했더라도 1.5도 목표보다 200억t 이상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축 목표를 상향 수정하지 않으면 지구 기온을 1.5도 이내로 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에는 유엔에 다시 제출해야 할 온실가스감축목표는 높여 잡아야 할 전망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 사전보고서를 토대로 당사국 고위급 회의를 거쳐 결정문을 작성하게 된다. 결정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과거의 책임과 향후 계획을 어느 정도로 다룰지 첨예한 협상이 벌어진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다음 달 9~10일 진행될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의 노력과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셰이크자이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광고판을 지나치고 있다. COP28은 오는 30일 두바이 엑스포 시티에서 개최된다. 연합뉴스

1.5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급히 합의돼야 할 또다른 의제가 바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3일 ‘넷제로 시대 석유와 가스 산업’ 보고서를 통해 연간 8000억달러(한화 1040조원)에 달하는 석유 및 가스 분야 투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세계 환경단체들은 이번 총회에서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합의를 촉구하고 있으나 당사국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번 총회에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의장국인 UAE의 주도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현재의 3배, 에너지 효율은 2배로 높이자는 내용의 서약이 다음 달 2일께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최소 1만1000GW(기가와트) 규모로 확충돼야 한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을 비롯해 60여개 국가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사회의 여론에 따라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서약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 여부에 따라 전력기본수급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지도 관심사다. 지난 1월 정부가 공개한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은 21.6%로 이전보다 8.6%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이나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27일 COP28 대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무탄소 에너지 연합을 제안한 만큼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공동 달성을 위한 기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