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데만 4~5시간→15분으로 단축
점봉산,흘림골,주전골,등선대 비경 발견
경제가치 1469억보다 국민힐링 가치 커
자연보호국 스위스도 난마 같은 등산 교통
설악산 오색-대청케이블카 모범사례될수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진수로 불리는 태백산맥 최고봉 설악 대청봉에 노인,여성,어린이도 손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자연보호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나라 스위스 조차 일찌감치 산에 기찻길을 놓고 케이블카를 두어, 수려한 자연에 대한 유럽인의 아낌없는 향유의 가치가 지대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는데, 한국에서는 뭣이 중한 지 다양한 사회적 가치의 비교 경중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채 무조건 반대 목소리만 제기하는 세력이 득세하다보니 40년 넘게 해내지 못했던 설악 오색-대청봉 케이블카가 이제야 착공을 했다.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사는 이상, 어느 한 가치에만 매몰될 경우, 균형감을 잃고 중요한 다른 가치를 상실할 수 있는데, 이번 오색케이블카의 기공식은 ‘자연보호 최선의 노력이라는 조건부, 노약자의 금수강산 미학 향유를 위한 허가’라는 점, 즉 균형감을 충분히 확보한 지혜의 산물로 평가된다.
해발 1708m인 대청과 인근 중청,끝청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아, 희망을 얻으려는 노인과 어린이, 물리적 힘이 남성보다 약한 여성들에게 크나큰 힐링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봉우리가 푸르고 영험하기에 청봉(靑峰) 혹은 봉황을 상징하는 봉정(鳳頂)이라 불렸던(동국명산기) 이곳은 내설악,외설악의 분기점이고, 여러 계곡의 발원지이며, 공룡능선, 화채릉, 서북능선 등 설악의 주요 산행의 출발점이다. 일출과 낙조 모두, 서 있는 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간 이곳을 오르려면 4~5시간이 걸렸다. 전문산악인, 산을 너무도 좋아하는 체력좋은 남녀 등산애호가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케이블카가 2026년 초에 개통되면 국민 남녀노소 모두 15분만에 오를수 있게 된다. 대청봉에는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자연 향유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20일 기공식에서 “1980년대부터 추진해온 이 사업은 많은 갈등을 겪어왔지만, 지난 40년 가까이 계속된 문제들을 합심하여 풀어내고 공사를 시작하게 됐으며, (완공되면)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과 문화 향유권이 보장될 것”이라며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강원도와 양양군은 약속한 환경 대책을 충실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향유와 보존의 균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 문화관광향유권의 보장, 인구감소지역 경제의 활성화, 한국 산악브랜드가치의 세계화 즉 K-마운틴의 한류대열 합류 등 수많은 가치 외에, 고공 여행을 하면서 그간 그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남설악의 숨겨진 비경을 새로운 각도에서 볼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계령과 점봉산 일대 오색 단풍, 7년 만에 재개방된 흘림골과 주전골의 비경, 깎아지른 바위 절벽 등선대와 칠형제봉의 제대로 된 경관 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친환경 공법으로 케이블카를 짓고, 환경부 권고대로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모니터링, 보호 식물 및 특이 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조사를 벌여 생태,식생 보존에 힘쓸 방침이다.
전국민 힐링, 산악관광 한류의세계화의 가치가 지대할 것이고, 공사비는 자연보호를 위한 첨단공법 실행 등으로 조금 늘어 1172억원이지만 경제 유발효과는 1년에 13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는 국민 심신건강 도모, 지역-국가 브랜드의 상승에 비할 바가 못된다.
세계 어느나라 명산을 가도 케이블카는 다 있다. 기차와 후니쿨라 길도 만들고, 등산교통수단을 위해 터널을 뚫은 곳도 수두룩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산꼭대기에 테마파크를 지은 나라도 헤아릴수 없이 많다.
한국은 글로벌 랜드마크를 많이 지은 건설선진국이고, 강원도는 지난(至難)했던 40년 세월이 있기에 더욱 조심할 것이다. 설악산 오색-대청봉 케이블카가 인간-자연 공생의 좋은 사례로 남는다면, 이 또한 모범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