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뜨거운 전지구 바다
한반도 먼지·폭설 부를 수도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올겨울 이상폭설과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해수면 온도가 꼽힌다.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 현상이 한반도에 초미세먼지(PM2.5)를 축적시키고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어 폭설을 만들면서다.
우선 올겨울 평년 대비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로 칙칙한 겨울 하늘이 이어지겠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겨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작년보다 높을 확률을 50%로 내다봤다.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은 각각 30%, 20%였다. 이 같은 전망은 겨울철 초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낮아지던 예년의 흐름과는 다르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환경정보 시스템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12월 평균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201년 30㎍/㎥에서 지난해 20㎍/㎥로 줄었다.
올겨울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요인으로는 엘니뇨가 꼽혔다. 엘니뇨란 아열대 지역의 찬 공기를 열대 지역으로 옮기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열대 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현상을 이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월 4년 만에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엘니뇨는 일본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시키는데, 이는 한반도 대기를 정체시키는 ‘돔’ 역할을 하면서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를 축적시킨다.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통상 겨울철엔 시베리아 부근의 찬 공기가 내려오며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낮아지는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대기가 정체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지난 2018년 환경 관련 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98년과 2007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엘니뇨가 따뜻한 바람을 한반도에 정체하게 만드는 데다, 한반도 서해 해수면 온도도 높아 이상폭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박승균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한반도 수온은 2010년 이후 매월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 상승했다”고 말했다. 2001~2010년 평균 15.9도였던 한반도 수온은 2011~2020년 16.7도로 올랐다.
따뜻한 수증기를 품은 바닷바람이 겨울철 한반도에 내려오는 시베리아 기단과 만나 눈구름을 대량으로 형성할 수 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부 교수는 “현재 서해 수온은 평년 대비 2도가량 높은 상태”라며 “해수면 온도는 쉽게 바뀌지 않고, 11월에 높으면 그 경향이 겨울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의 ‘바닥’ 역할을 하는 바다가 뜨거운 상태로 지속되면서 지난 여름 집중호우 등으로 나타났던 이상기후가 겨울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해양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지구 해수면 온도는 18.1도로 역대 10월 중 가장 높았다. 황해 수온 역시 평년 대비 1.2도 높은 19.8도를 기록했다. 예 교수는 “바다가 뜨거울 때에는 기본적으로 대기순환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으로 추운 날씨와 더운 날씨를 오가는 기온변동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